해군기지 유치 이후 주민간 찬·반파 ‘갈등’ 지속
반대주민 사면복권·정신적 피해 치유 노력 필요
서귀포시 강정마을은 설촌된 지 수백년도 훨씬 넘는 공동체다. 마을 주민모두가 삼촌이고 아우며 형님이다.
주민들 간 좋은 일과 슬픈 일을 함께하며 평화롭게 살아왔다. 주변마을에서는 제주도 최고마을이란 의미로 ‘일 강정’이라 부르며 부러워했을 정도다.
다만 2007년 4월 해군기지 유치 결정 이전까지 이야기다. 마을의 일부 임원들이 해군기지 유치를 결정한 이후 평화롭던 마을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절친했던 이웃사촌들은 물론이며 가족과 친지간에도 찬·반으로 나뉘며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마을에는 ‘해군기지 반대’가 적힌 노란 깃발이 내걸리기 시작했고, 순박했던 마을 주민들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사라져 갔다.
강정마을 주민들이 반대운동을 시작한지 3100여일이 넘어서고 있다. 8년이 넘는 시간이다.
모든 시작은 정부가 1993년 12월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하면서부터다. 명분은 대한민국의 남방 해상교통로 보호와 해양주권수호를 위한 전초기지로서 중요한 역할 수행이다.
국책사업들을 추진하다 보면 갈등은 불가피한 일이라고 한다. 강정마을 뿐만이 아니다.
강정 주민들은 조상대대로 살아온 삶의 터전을 지키겠다는 대의와 자존심을 여태껏 지켜왔다.
일부에서는 이념의 잣대와 경제적 논리 등을 내세워 주민들을 몰아세웠고, 주민들은 크나큰 정신적·경제적 피해를 입었다.
정부와 국방부, 해군 관계자도 ‘만일 강정주민과 같은 상황이 자신에게 닥쳤으면 어땠을까’하는 역지사지로 주민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헤아려야 한다.
그동안 강정마을 주민들의 반대투쟁은 눈물겨웠고, 지금도 벌금과 사법처리 등으로 고통은 현재 진행형이다.
700명에 이르는 주민과 활동가들이 경찰에 연행됐고, 벌금형 건수도 400건에 달하고 있다. 마을 주민이 납부해야 할 벌금이 수억원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경제적 피해만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지만 갈라지고 찢어진 마을 공동체를 다시 회복하는 데는 얼마의 비용과 시간이 걸릴지 가늠조차 안되고 있다.
모든 매듭의 시작은 정부다. 꼬인 매듭을 푸는 것도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도민사회에서는 제주해군기지 완공을 앞둔 지금 화해와 상생 모색을 시작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정부가 사면복권을 단행해 반대주민들의 민·형사상 일체의 책임을 면제하고 전과기록도 말소해야 하고, 강정마을 발전계획을 세워 정신적 피해까지 치유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법과 원칙만 따질 게 아니라 강정주민들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것이 정부가 보여줄 모습이다.
홍봉기 도 민군복합항갈등해소지원단장은 “행정에서는 강정주민의 아픔을 달래는 방안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며 “현재 해군과 마을이 윈-윈 할 수 있는 해법 마련을 위한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군기지 완공이 임박하면서 주민과 시민단체들은 주민의 입장에서 갈등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정부가 진정성 있게 다가와 주기를 바라고 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