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가 급변하고 있다.
2002년, 사람·상품·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기치로 한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 계획이 발표된 후 10년간 제주를 찾는 사람들이 크게 증가했다.
정주 인구가 55만여명에서 60만명을 넘어서고, 거주 외국인이 1480여명에서 8700여명으로, 외국인 관광객은 29만여명에서 168만여명으로 4배 이상 늘었다.
특히 2010년부터는 은퇴층과 20~30대층의 이주민들이 많아지는 새로운 경향도 생겨났다.
이처럼 국적과 고향을 막론하고 사람의 이동이 늘면서 건축계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그 대표적인 현상이 집값 폭등이다. 2001년 평당 300만원이던 아파트 가격은 현재 평균 900만원에 달하고 있다. 건축 호황을 반영하듯 노형 3지구, 하귀1지구, 강정지구, 이도2지구, 아라지구, 삼화, 노형지구 등 도심 곳곳에서 택지개발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현재는 민간 건축이 활황세를 보이면서 건축 자재 부족 현상까지 생겨나고 있다.
다른 한 켠으로는 아파트 선호 현상과 대조적으로 귀농 귀촌 행렬도 느는 추세다. 2014년에만 4만4000여 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사람들이 행복과 여유를 추구하면서 전원주택, 땅콩주택, 동호인 주택, 세컨드하우스에서 셰어하우스까지 다양한 대안적 주거 형태도 생겨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숙박시설의 형태도 달라지고 있다. 1970~1990년대 신혼여행 차 제주를 찾았던 국내 관광객들은 제주도내 박물관을 관람하고 귤밭과 용두암, 정방폭포를 찾은 뒤 고층 밀집형 이국적인 대규모 숙박시설에 머물렀다. 그러나 2010년 이후에는 저층의 분산형 전통 독채 민박이 인기를 얻고 있다. 내부 시설은 깔끔하지만 겉은 제주돌집의 형태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
이 같은 변화를 가장 최전선에서 감지하고 있는 이들은 다름아닌 건축가들이다.
제주도건축사회 회원들은 이러한 현상을 '제주 현상'이라는 단어로 설명하고 있다. 표현은 평이하지만 의미는 아주 광범위하다. 최근 제주로의 인구 유입 현상이 단순 이사가 아니라 가치관의 변화, 새로운 사회적 흐름을 담고 있다는 의미에서다.
창립 이후 지난 50년간 제주에서 벌어진 모든 건축적 담론과 실제 건축 경향 등을 망라해 대한건축사협회 제주도건축사회(회장 강영준)가 최근 제주건축사회의 50년사를 발간했다.
책에는 협회 창립과 회원들의 지난 발자취, 활동상을 비롯해 지난 50년 제주의 변화와 그에 따른 제주건축의 변화가 담겼다. '제주건축사회 50년사' '제주현상-제주건축의 새로운 지역성' '제주건축역사' 등 총 3권의 별권이 한 질로 묶였다.
김창우 제주도건축사회 편찬위원장은 간행사를 통해 "건축은 시대의 역사와 정신이 담긴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라며 "앞으로 다가올 제주건축의 50년을 준비하는 의미에서 지난 50년을 정리했다"고 의미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