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YS 떠나는 영결식장
영하의 눈 날씨에 어린이들 방치
얇은 유니폼에 덜덜 떠는 모습
김무성·문재인 대표도 중무장
두터운 외투·목도리에 장갑까지
어린이도 못 챙기며 무슨 국민을
김영삼 전 대통령(YS)이 떠났다.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던 그였다. 서슬 퍼렇던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시절인 1979년 야당인 신민당 총재이면서도 의원직에서 제명당하며 남긴 일성(一聲)이다. 민주화를 갈망하던 국민의 가슴에 민주화의 희망으로 자리 했었다. 그는 우리나라 민주화 투쟁의 거목(巨木)이자 민주화 역사 그 자체이기도 했다.
물음표가 없지도 않다. 통일민주당 당수이던 1990년1월 이뤄진 민주정의당과 신민주공화당과의 ‘삼당합당’이다. 당시 그가 손을 잡은 이는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투쟁의 대상이었던 박정희 정권의 2인자인 김종필, 전두환 신군부의 2인자인 노태우였다. 아무리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 굴로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그에게 공보다는 과로 평가된다.
어쨌든 그의 영면으로 역사의 한 페이지가 넘어갔다. 그리고 가는 길은 칼국수를 좋아했던 그의 바람대로 소박했다.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엄수된 국가장 영결식은 “장례를 검소하게 치르게 해 달라”는 유족 측의 요청에 따라 요란스럽지 않았다. 노제나 추모제도 따로 없었다. 대통령이 된 후 첫 국무회의에서 오찬으로 칼국수를 올린 그 다운 이별이었다.
그런데 그를 욕되게 한 ‘者(놈 자)’들이 있다. 그 가운데 ‘최고’는 황교안 국무총리와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다. 황 총리는 장례위원장으로서, 정 장관은 장례집행위원장으로서 잘못을 저질러도 크게 저질렀다.
김 전 대통령 국가장 영결식장에서 추모곡 합창을 이유로 어린이 합창단원들을 영하의 추운 날씨 속에 ‘방치’한 것이다. 당시 하늘도 ‘거산’이 떠남을 슬퍼했는지 눈발마저 쏟아졌다. 바람까지 불어 체감온도는 영하 5℃였다고 한다.
그런데 어린이들은 외투도 없이 얇은 유니폼만 입고 추위에 떨어야 했다. 인터넷에 공개된 관련 동영상을 보면 안타까움에 말을 잃을 지경이다. 치마를 입은 여자 어린이는 발이 시려서 꼼지락 거리고, 어떤 어린이는 맨손 위에 떨어지는 눈을 어쩌지 못해 비벼대며 덜덜 떠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입에선 연신 “아 춥다”라는 말들이 쏟아졌다.
더욱이 눈바람 속 영하의 날씨를 막기에는 턱도 없을 얄팍한 담요 지급도 처음엔 반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트위터는 “인솔자와 학부모 모두 잠바와 담요를 요청했지만 주최 측에서 카메라에 잡히면 안된다는 이유로 몇 차례 거절했고, 아이들은 행사가 끝나고 몸이 굳어 잘 걷지도 못하는 상태로 눈물까지 흘렸습니다”라고 현장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이후 합창단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무릎담요를 전달했지만 추위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어른들은 달랐다. 대부분 두꺼운 외투와 목도리 등으로 충분히 대비했다. 어린이들 뒤로 보이는 경호원 같은 이들도 두터운 점퍼를 걸쳤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두터운 외투와 목도리를 두르고 짐짓 심각한 ‘폼’을 잡고 앉았다. 까만 가죽장갑까지 끼고서.
이 무슨 X같은 경우인가. 죽은 이에 대한 조의도 좋지만 살아 있는 아이들을 먼저 챙겨야 하지 않았을까. 몰랐다는 건 핑계도 아니다. 그들도 1시간30분 넘게 추위 속에 떨면서 기다리던 구리시 어린이합창단이 추모곡 ‘청산에 살리라’를 부르는 모습을 보고 들었다.
이들이 국민을 챙기고 나라를 맡겠다고 한다. 현장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어린이들도 챙기지 못하면서 무슨 면목으로 민생을 외치고 경제를 말하는지 기가 찰 노릇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감기’를 이유로 영결식장에 참석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의 미래’라는 우리 아이들은 감기가 걸리고도 남을 영하의 날씨 속에 떨어야 했다. 이게 대한민국의 민낯인 것 같아 아이들에게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미안하다.
어른 같지 못한 어른들의 ‘행사’, 어른들의 이기심을 위해 애꿎은 애들만 추위에 내몰린 셈이다. 그러고 보면 현장에 있던 인솔교사와 학부모를 뺀 모든 어른들이 잘못을 저지른 ‘者(놈 자)’들이다.
그래서 묻는다. “당신네 아들이고 손자였으면 그렇게 놔뒀겠느냐고” 김무성 대표도, 문재인 대표도 행자부 장관 멱살을 잡아도 잡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