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콩처럼 새까맣게 타는 農心
썩은 콩처럼 새까맣게 타는 農心
  • 진기철 기자
  • 승인 2015.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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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비에 가격까지 하락
안덕 농민 농사 포기 상황
▲ 서귀포시 안덕면 지역의 콩 재배농민들이 27일 제주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줄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수확을 앞둔 콩밭을 트랙터로 갈아엎고 있다.

“계속된 비 날씨로 밭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수확해야 할 농작물을 그저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 농민들의 마음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전국 콩나물 콩 생산량의 약 80%를 차지하는 콩 주산지인 제주, 도내 최대 콩 생산지인 안덕면지역 농민들의 최근 심경이다.

과잉생산에 따른 가격 하락에다 계속된 비 날씨 등으로 수확을 앞둔 콩이 썩어가자 농민들이 한해 농사를 포기하고 있다.

예년 같으면 지금쯤 콩 수확을 마치고 보리를 파종해야 하지만 계속된 비 날씨로 밭에는 수확하지 못한 콩이 검게 변해가거나 싹까지 나는 등 상품성 저하로 생산비도 건지지 못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확을 마친 콩도 제대로 말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제주산 콩나물용 콩의 40㎏ 한 가마당 농협 수매가는 2013년 28만 5000원에서 지난해 22만 8000원으로 떨어진데 이어 올해는 12만원으로 지난해의 절반 수준까지 곤두박질쳐, 농가의 한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안덕면농민회와 안덕면여성농민회는 지난 27일 서귀포시 안덕면 감산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까맣게 타들어가는 심정을 내비추기 위해 콩밭(9900㎡)을 갈아엎기도 했다.

이들 단체는 “외국산 콩나물 콩의 무분별한 수입으로 작년 산 콩이 팔리지 않아 농협마다 재고량이 쌓여 있다는 이유로 각 농협마다 콩 수매를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자식처럼 마음 졸이며 키운 농작물을 갈아엎는 참담한 심정을 조금이나마 알아주었으면 한다”며 “제주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농민의 고충을 조금이라도 해결해 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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