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일방적 발표·추진
온평·신산 등 반대대책위 구성
“주민들 엄청난 소용돌이 휩싸여”
제주공항 확충은 필연적 이지만
소통 없이는 갈등밖에 남지 않아
협조만 구하지 말고 진정성 보여야
국토교통부가 제주 제2공항 건설 예정지를 발표한 지 보름이 지났지만 해당마을 주민들의 반대 움직임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마을별로 온도차는 있으나 반대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지난 23일에는 제2공항 입지 결정 등 도정 현안홍보를 위한 특별반상회가 도 전역에서 열렸지만 성산읍지역 대다수 마을은 동참하지 않았다.
그저께는 제2공항 건설 부지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온평리가 반대 입장을 공식화 했다. 제2공항 반대 온평리비상대책위원회는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토교통부가 주민들의 사전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제2공항 예정지를 발표하면서 주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며 “이는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민주주의 절차를 무시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발표로 온평리 주민들은 엄청난 소용돌이에 휩싸였고, 이로 인해 초래할 결과 또한 클 수밖에 없다”며 “공항 예정지의 76%, 마을 토지의 45%가 수용되는 제2공항 건설은 마을을 두 동강 내고 혼인지마을 온평리라는 이름을 대한민국에서 지워버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자본에 의한 개발로 온평리는 지역주민이 아닌 자본가들이 차지가 될 것”이라며 “마을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제2공항 건설을 결사적으로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온평리는 지난 16일에도 마을회 임시총회를 열어 ‘제2공항 예정지에 대한 대책의 건’을 논의하고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이날 마을청년회도 ‘제주신공항 결사반대’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반대에 가세했다.
제2공항 건설 예정지인 신산리는 ‘제2공항 성산읍 입지선정 백지화를 위한 신산리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지난 24일 첫 회의를 열어 백지화를 위해 행동하겠다고 결의했다. 인근 마을인 난산리와 고성리, 수산2리 등도 마을회의를 소집해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있다. 원희룡 도지사는 제2공항 건설 예정지가 발표된 다음날부터 성산읍지역 마을을 방문하며 주민들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원 지사는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제2공항 건설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고 정당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며 협조를 구했다.
현재의 제주공항은 포화 상태다. 제2공항은 필요하다. 국토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제2공항 건설 예정지는 성산읍 신산·온평리 일대다. 당시 언론을 통해 소식을 접한 해당마을 주민들은 찬반을 떠나 황당해 했다. ‘소통이 전혀 없었다’ ‘당황스럽다’ ‘사전에 설명을 해줘야 하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가 아니냐’ 등의 표현으로 심정을 토로했다. 한마디로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다. 제2공항의 일방적 추진은 도의회에서도 지적됐다. 김용범 의원은 지난 17일 도의회 도정질의에서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에 대한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국가 1급기밀처럼 철통같은 보안을 유지하며 비밀용역을 하더니 깜짝 쇼 하듯 발표해 해당 지역주민들은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며 “제2공항 문제는 이제부터가 시작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10년 가까운 공사인 만큼 많은 갈등이 우려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제주해군기지처럼 지역주민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행정절차가 이뤄져서는 절대 안 된다”고 역설했다.
제2공항이 확정 발표되자 제주도와 도의회는 한 목소리로 환영했다. 각급 기관·단체들의 환영 광고도 이어지고 있다. 도내 정치권의 입장은 다소 엇갈렸다. 새누리당은 “제주의 미래 100년을 발전시킬 국가프로젝트로 새로운 도약의 기회”라며 환영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주민동의가 우선이다. 주민 피해와 갈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검토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도민들 사이에 제2공항에 대한 기대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니다. 조상 대대로 일구어 왔던 땅과 삶의 터전인 정든 고향집을 떠나야할지도 모르는 지역주민들의 아픔을 우선 헤아려야 한다. 해당마을 주민들의 반대 움직임을 극히 일부의 목소리로 격하해서도 안 된다. 주민들에게 과정과 이유를 설명하고 그들의 의견을 진지하게 들어야 한다. 온갖 좋은 말로 립서비스만 하지 말고 진정성을 갖고 주민들에게 다가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