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옹~야옹~”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자라나는 잡초처럼 끈질긴 생명력으로 도로 한 가운데서 ‘로드킬(Road Kill)’을 당하지 않고 기적적으로 살아 남은 고양이의 사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3일 오전 제주시 평화로 무수천 사거리 인근 도로 한 가운데. 김재호 한국금호동물병원 수의사는 차를 몰다 로드킬을 당한 것으로 보이는 고양이를 목격했다.
유수암리 송아지 진료에 나서던 김 수의사는 먼 곳에 잠시 차를 세워두고 사체를 수습하기 위해 트렁크에 있던 삽을 들고 현장으로 갔다.
차량들이 쌩쌩 달리는 도로 한 가운데 검은 고양이는 그대로 누워있었다. 고양이의 상태를 확인해 보니 다행히 숨은 붙어 있었고, ‘야옹야옹’ 하는 울음 소리도 냈다.
로드킬을 당한 대부분의 고양이들은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모습이지만 이 고양이는 다행히 바퀴에 깔리지 않아 출혈은 없었다.
그는 고양이를 안고 차를 세워둔 곳으로 이동해 간단한 처치를 했다. 겁에 잔뜩 질린 것으로 보이는 고양이는 제대로 서 있지 못하고 주저앉기를 반복할 뿐이었다.
김 수의사는 고양이에게 물을 조금 먹인 뒤 길 한 켠 풀숲에 편안한 자세로 쉬도록 놔두고 바쁜 진료길을 재촉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 날인 24일 그는 고양이를 놔뒀던 풀숲 인근을 지나게 됐다. 고양이의 상태가 걱정돼 그곳으로 가보니 고양이는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앉아 있었다.
김 수의사는 그냥 두고 갈 수가 없어 고양이를 일단 차에 태웠다. 가까운 지인의 집에 급히 들러 고양이의 상태를 자세히 살폈으나 눈에 띄는 상처는 없었다.
그런데 잠시 후 고양이는 혼자 힘으로 걸음을 걷기 시작하더니 ‘야옹’ 하고 소리를 내며 김 수의사의 품으로 파고 들었다. 김 수의사는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크게 다치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분명 야생 고양이일 텐데 사람을 조금도 경계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김 수의사는 고양이를 사랑으로 보듬어줄 사람을 찾아 나섰고, 다행히 애정 어린 손길로 돌봐줄 가족이 나타났다.
김 수의사는 “차량들이 달리는 도로 한 가운데서 기적적으로 생존한 고양이를 다시 만났을 때 너무 반갑고 고마웠다”며 “고양이가 새로운 가족 품에서 사랑을 받으면서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한편, 평화로 등에서는 운전자의 시야 확보가 어려운 야간이나 새벽 시간대에 동물이 차에 치여 죽는 로드킬이 끊이질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