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 유통 그리고 ‘인터러뱅’
감귤 유통 그리고 ‘인터러뱅’
  • 문근식
  • 승인 2015.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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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파머 제주’ 신선한 충격
감귤 유통 “바로 이런 것” 생각
시세 깨고 고정가격 제시

기존 경매체제 농가 위치 없어
경매사가 정해주는 ‘시세’
농협·유통 이제는 바뀌어야할 때

‘인터러뱅(interrobang)’ 일반인들은 약간 생소한 단어일 수 있다. 이 말은 ‘상상을 초월하는 감탄사’로 ‘?’와 ‘!’가 합쳐진 ‘?!’다.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데 그 답이 감탄사여야 한다는 것이다.

몇 년전 ‘인터러뱅’이란 단어를 접하고는 머릿속 그리고 가슴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리곤 시간이 흘러 ‘카카오 파머 제주’를 접하는 순간 내 오른손이 내 허벅지를 손바닥으로 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됐다.

“바로 이런 것!” 단지 모바일 플랫폼을 이용한 감귤유통이 아닌 새로운 접근방식이기 때문이다. 감각적인 패키지와 감성 그리고 스토리를 함께 접목했기에 감탄사가 나온다. 노란 박스 안에는 재밌는 표정 스티커와 설명서, 그리고 작은 박스를 함께 동봉해줌으로써 20~30대 젊은 층들에게는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카카오의 이런 감성 마케팅 접근으로 위협을 받는 건 기존 유통을 하는 농협과 상인들일 것이다. 일부 언론에선 대기업 혹은 IT업계의 감귤유통 진출이라며 경계를 하고 있지만 정작 농민들에겐 희소식일수도 있다. ‘시세’라는 구조를 깨버리고 고정가격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감귤가격은 어떻게 결정되고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감귤가격은 경매로 결정된다. 얼마를 낙찰 받을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농가는 선과장에서 작업을 하고, 농협을 통해 가락동이나 전국의 다양한 경매시장에 가격을 등록하게 된다.

얼마가 낙찰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냥 경매에 달려있다. 농가 입장에선 정말 불공정한 거래다. 농가는 가격을 제시하지도 못한다. 그냥 경매사가 가격을 정하면 그걸로 끝이다. 물론 최고가를 제시한 경매사에게 낙찰되지만 그래도 뭔가 개운하지가 않다.

농협이 하는 역할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농협은 낙찰 받은 금액을 정산한다. 얼마를 낙찰 받았건 그건 중요하지 않다. 그냥 정산만 한다. 박스값과 운송료·선과비 그리고 수수료를 공제하고는 농가 통장에 잔액을 넣어줄 뿐이다.

그걸로 끝이다. 깔끔하다. “농가의 감귤이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가” 라는 질문을 또 던지게 된다. 농협이 거래처와 계약을 맺고, 다양한 유통채널을 이용해서 조금이라도 농가에게 도움이 되는 행위를 하고 있는가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카카오의 유통을 환영한다. 농협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과연 소비자가 뭘 원하고 뭘 믿는지에 대해서 지금이라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아직도 1990년대 유통을 고집하고, 변하지도 않으면서 다양한 유통의 접근을 시기하고 경계만 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

카카오 감귤은 5kg에 1만 5000원이다. 물론 택배비와 패키지가 포함돼 있기에 부가적인 비용은 더 추가되겠지만 그래도 경매에서 낙찰 받는 금액보다는 더 나은 금액으로 농가에게 돌아갈 것이다.

얼마를 낙찰 받을 지도 모른 채 보내는 감귤보다는 계약단가로 출하하는 감귤. 어떤 방식이 안정적인 감귤가격일까? 10여년전에 만들어 놓은 감귤유통명령제 역시 그러하다. 청귤(미숙과)을 유통하면 감귤유통명령제에 적발된다고 한다. 소비자가 찾는 게 청귤임에도 불구하고 보낼 수가 없다.

10여년전의 소비패턴과 지금은 달라졌다. 그냥 감귤로만 먹는 게 아닌 당절임해 차로 마시겠다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는 추세이기에 잔류농약검사라든지 조건에 맞는 청귤을 유통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청귤을 이용한 음료도 개발됐지만 정작 이러한 규제들로 확장성을 이루지 못한다면 얼마나 웃긴 일인가.

또 직거래를 권장하면서도 1인당 택배를 150㎏로 한정하기에 가족 친지들의 이름을 빌려 택배를 보내야 하는 번거로움도 존재한다. 그렇게라도 안하면 법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물론 비상품을 유통하는 몰지각한 상인들 때문에 조례를 만들었겠지만 조례를 개정할 충분한 이유는 있다. 앞으론 더욱 더 다양한 유통구조와 소비패턴이 생길 것이다. 그러하기에 우린 변해야 한다. 요구에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앞서서 리드해나가는 농협과 공무원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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