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극의 발단은 신문사 부도
제호 경매 거치며 ‘혼란’ 발생
비정상의 정상화 등 논란 초래
경우 없는 타사 직원 빼가기
무슨 염치로 남의 ‘허물’ 지적할까
우리는 없고 오직 나만 있는 듯
제주사회가 ‘웃프(웃기면서 슬프)’다. 같은 이름, 다른 내용의 일간지 ‘제주일보’ 2개가 동시에 발행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어느 쪽의 정통성 여부를 떠나 분명한 사실은 발생해선 안 될 상황이라는 점이다(다른 3개의 법인이 발행한 제주일보를 시간 순으로 ‘원’제주일보·‘구’제주일보·‘신’제주일보로 구분해 본다).
2개의 제주일보 ‘비극’의 발단은 ‘원’제주일보의 부도다. 김대성 당시 제주일보 회장이 2012년12월 200억원대의 부채와 14억원대의 임금체불 등으로 부도를 냈다. 이후 김 전 회장은 회사자금 120억원 횡령과 수십억원의 차명계좌 입금 등 횡령 및 사기죄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회사 부도·대표이사 구속 등 위기 상황에서 직원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신문 발행이 중단되는 최악의 상황을 막아냈다. 이어 ‘원’제주일보의 지령은 직원들이 새롭게 대표를 영입하고 설립한 ㈜제주일보의 ‘구’제주일보로 이어진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김대성 전 회장의 동생인 김대형 제주상의 회장이 2014년 12월 제주일보 상표권을 낙찰 받은 뒤 “3년간의 파행을 접고 제주일보를 정상 발행하겠다”며 지난 16일 ‘신’제주일보 첫호를 발행한 것이다.
어려움을 딛고 3년간 지령을 이어온 게 파행인지, 또 하나의 제주일보를 발행하는 게 정상인지 모르겠으나 이렇게 ‘이란성 쌍둥이 제주일보’가 태어났다. ‘신’제주일보를 시작한 이유가 형님의 실패에 따른 가문의 명예 회복일 수도 있다. ‘참언론’을 통한 제주일보 가치 지키기도 말은 된다.
둘 다 좋다. 그런데 경우라는 게 있다. 구멍가게도 아니고 ‘정론’과 ‘민권’을 사시(社是)에 담고 ‘언론’을 하겠다면 경우는 지켜져야 한다. 더욱이 대표이사 발행·편집인이 제주상공업계의 얼굴인 제주상공회의소 김대형 회장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래서 ‘신’제주일보 시작에 앞서 제호 매입과 신문사 운영 정도의 경제력이 있었다면 형님이 지역사회에 끼친 채무 등 금전적 피해 해소 노력을 우선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그리고 형님을 회장으로 모시고 언론인으로 종사하다가 하루아침에 맞은 부도 때문에 제대로 받지 못한 직원 70명의 퇴직금을 챙겨줄 수는 없었을까하는 아쉬움이 든다. 20년 이상 근무한 직원도 제주일보 상표권 경락 후 받은 퇴직금은 국가가 지급하는 체당금(3년치)이 전부였다.
결국 가문의 명예를 회복하고 제주일보의 가치를 지키는 일은 ‘신’제주일보의 발행보다 형님의 부도 때문에 끊길 뻔했던 지령을 어려움 속에서도 이어온 사람들을 먼저 챙기는 일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신’제주일보 ‘창간’ 과정도 경우가 아니었다. 대표이사 편집발행인이 제주상의 회장이라기엔 너무나 ‘상도의’에 어긋난 ‘스타우트’가 자행됐다.
현재 ‘신’제주일보 기자 중 적지 않은 수가 제주매일 출신들이다. 이들은 돌연 사직서를 제출하고 대체 인력을 충원할 시간도 주지 않고 나가버렸다. 제주매일에서 써오던 장기기획기사도 내팽개친 채다. 이것은 신문사 조직에 대한 배신을 넘어 독자들에 대한 기만이다. 이런 친구들이 기자를 하겠다고 한다. 무슨 염치로 누구의 ‘허물’을 어떻게 지적할 수 있을지 기가 찰 노릇이다.
더욱이 문제는 이러한 상황을 조장하고 방임한 ‘신’제주일보의 ‘지도부’다. 모 선배기자는 제주매일에서 근무해봐서 사람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사정을 잘 알면서도 ‘즉시’ 빼 가버렸다. 설령 후배가 원해도 “제주매일에 사람이 없으니 충원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오더라도 오라”고 해야 하는 게 우리네의 경우다.
‘구’제주일보도 비슷한 처지다. ‘신’제주일보로 5명의 ‘현직’이 넘어갔다. 그리고 그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메우기 위해 선발해 놓은 수습기자까지 ‘신’제주일보로 갔다고 한다.
대표이사인 김대형 제주상의 회장이 이러한 정황을 몰랐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무릇 지역 경제계를 대표하는 사람이라면 상도의에 어긋난 행동들은 미리 경계시켰어야 했다고 본다.
훤히 아는 인력 사정의 신문사에서 편집과 외근기자들을 빼갔다는 것은 손님이 밀려오는 식당에서 주방장은 물론 홀서빙까지 빼 가버리는 것과 다름 아니다. 상생이 없다. 우리도 없다. 나만 살자는 식이다. 2개의 제주일보 사태에 대한 단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