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교육청도 편성하지 않아
학부모·어린이 피해 있어선 안돼
며칠 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그러나 고3생들의 ‘과업’이 모두 끝난게 아니다. 시험 성적 또는 적성에 맞는 대학을 선택하기 위해 또 다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시도 쉴 틈이 없는 우리 아들딸들의 아프고 슬픈 자화상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누리과정 예산으로 인해 진흙탕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가운데 14곳이 “어린이 보육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며 누리과정 예산을 전혀 편성하지 않았다. 현재 내년 어린이집 누리예산을 편성한 곳은 대구와 울산·경북 3지역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재원이 부족해 6개월에서 9개월 치 예산만 반영한 상태다.
반면 전국 12개 시도에서는 교육청의 예산 편성을 염두에 두고 집행 예산을 편성한 것으로 나타나 대조를 이루고 있다. 교육청이 있는 전국 17개 지방자치단체 중 대전과 세종·경기·충북·충남을 제외한 12개 시도에서 내년도 일반회계 예산에 어린이집 누리과정에 필요한 예산을 전액 편성한 것이다.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이석문 교육감은 2016년도 예산안 제출에 즈음한 시정연설을 통해 “정부의 공약이지만 약속과 달리 정부는 누리과정 예산을 각 시도교육청의 의무지출경비로 명시하는 ‘지방재정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지방교육재정은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 봉착했다”고 토로하며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하소연하듯이 의견을 피력하는 교육감의 연설 속에서 누리과정 예산 부담으로 인한 많은 어려움을 충분히 읽을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 차원에서 지방교육재정으로 부담하도록 법을 개정했기 때문에, 이는 교육청이 편성하고 말고의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법에 정해진 규정을 교육청에서 따르지 않는다면 그 밑에서 배움을 이어가는 학생들에게 준법정신을 어떻게 이야기 할 수 있겠는가? 우리 아이들을 위하고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동량을 키우는 일인데, 이렇게 아프게 하고 싸움을 해야만 하는지 반성할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실제 집행을 담당하는 도에서 예산이 편성된 만큼 교육청들이 당장 예산을 편성하지 않더라도 시도 재원으로 우선 집행은 가능하다는 점이다. 당장 내년 초부터 ‘보육대란’이란 최악의 사태는 도의 의지에 따라 피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와 국회를 적극 설득해 해결해 나가야 하겠지만, 당장 2016년 어린이집 보육료는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도민들은 누리과정 예산이 교육청 재정으로 편성되든 중앙정부 예산으로 편성되든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당장 내년 예산이 집행되지 않을 경우 발생할 보육대란에 불안감을 갖고 있을 뿐이다.
보육대란은 결코 발생하지 않고 어떻게든지 절충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교육청으로, 교육청에서는 정부로, 도청에서는 교육청으로 서로 핑퐁게임을 하듯 미루다가, 예산이 집행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연출될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다 보육계와 학부모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입어야 하는 경우 그에 대한 준엄한 심판도 생각해 봐야할 시점이다. 교육행정이 무책임하게 최악의 상황으로 이끌어가지 않도록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보육대란을 막기 위한 지혜가 모아져야 한다. 정부는 누리과정 예산지원이 공약사항인 만큼 교육청이나 지방으로 미루지 말고 반드시 해결할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교육청 역시 현실의 벽이 만만치 않은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하지 말고 담쟁이처럼 부지런히 위를 향해 올라간다면 분명히 벽을 넘을 날이 있을 것을 믿음을 가져 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