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아동 학대 급증세···중복 학대 가장 많아
아동 보호 시설 턱없이 부족 사회적 관심 절실
A(17)군은 초등학교 때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혼한 뒤로 아버지와 함께 생활했다. 일용직으로 일하는 아버지는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오면 A군에게 폭력과 욕설을 서슴지 않았다.
이에 A군은 가출을 일삼는가 하면 학교를 무단으로 결석하는 등 방황을 하다 현재는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A군은 기술자를 목표로 대학 진학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이처럼 제주지역 아동들이 가족이나 주변으로부터 학대를 당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이를 예방하기 위한 사회적 관심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18일 제주도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도내에서 발생한 아동 학대 건수는 2012년 145건에서 2013년 135건으로 다소 줄었지만 지난해 288건으로 급증세를 기록했다.
여기에 올 들어서도 9월 말까지 179건의 아동 학대가 접수된 가운데 신고되지 않은 사례까지 포함하면 실제 아동 학대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동 학대를 유형별로 보면 때리면서 폭언을 하는 등 2가지 이상 행위인 중복 학대가 2013년 69건, 지난해 138건, 올 들어 9월 말 현재 85건으로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또 정서 학대도 2013년 13건, 지난해 53건, 올해 9월 말 현재 57건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신체 학대 역시 2013년 22건, 지난해 36건, 올해 9월 말 현재 21건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더욱이 이 같은 아동 학대 대부분이 가정 내에서 부모에 의해 발생하고 있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실제 도내에서 발생한 아동 학대 가운데 가해자가 친부모인 경우는 2012년 112건, 2013년 93건, 지난해 195건, 올해 9월 말 현재 134건으로 급증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제주시와 서귀포시에서 운영되고 있는 학대아동쉼터가 2곳에 불과한 데다 보호 정원도 5~7명에 그치는 등 아동 보호 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해 9월 아동 학대 범죄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됐지만 도입에 따른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아동 보호 시설 확충은 물론 아동 학대 전문가 양성 확대 등 사회 안전망 구축을 위한 주변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요구되고 있다.
도내 아동 분야 전문가는 “부모에 의한 학대 사례가 많다는 것은 아직도 부모 스스로가 학대 행위가 범죄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아동 학대는 가정 내의 문제가 아닌 만큼 지역사회 기관들이 네트워크 형성을 통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