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전 5시51분쯤이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민들은 침대와 창문이 심히 흔들리는 바람에 매우 놀랐다. 일부 시민들은 고층 아파트가 흔들려 영문도 모른 채 대피하는 소동까지 벌였다.
일본 가고시마현 서남 서쪽 193㎞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7.0의 지진 여파 때문이었다. 이날 119종합상황실과 소방안전본부, 기상청 등에는 지진 발생여부를 묻는 전화가 빗발쳤는가 하면 제주지역 30-40대 주부들이 주로 활동하는 한 인터넷 카페에는 관련 글이 계속 올라와 시민들이 얼마나 놀랐는지를 잘 말해 주었다.
사실 제주도는 지금까지 지진에 관한 한 안심이었다. 이웃 일본과 중국에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도 ‘바다건너 불’일 뿐, 제주는 그저 ‘복 받은 땅’으로만 인식해 왔다. 그러나 제주 근해에서도 점차 지진 발생 빈도가 잦아져 비록 약진(弱震)이긴 하지만 해마다 여러 차례 발생하고 있다. 근년 들어서는 그 강도 또한 높아지고 있어 이제는 제주도라고 해도 지진에는 결코 ‘설마’가 있을 수 없음을 경고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지진을 관측해서 발표하기 시작한 1978년 이후 대부분의 지진들은 3.0미만의 약진들이었으나 1993년 3월 28일 오전 10시 16분에 이르러 관측 후 가장 센 4.5의 지진이 제주 서쪽 230㎞해역에서 발생 했다.
그 후 2008년 5월 31일 오후 9시 59분께 제주시 서쪽 78㎞ 해역에서 4.2의 지진이 발생한 것을 비롯, 2005년, 2011년, 그리고 올해에 잇따라 3.0을 훨씬 웃도는 3.7의 지진들이 발생하고 있다. 제주도가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님을 보여주는 징후인지도 모른다. 5.0 이상의 강진이 엄습해 오지 말란 근거는 아직 없다.
분명히 제주도가 이 시점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모든 분야에서 내진설계(耐震設計)를 준비해 가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제주도내 공동주택 내진설계 율이 겨우 34.3%로서 전국 최하위다. 내진 설계는 공동주택뿐이 아니다. 모든 시설들에 대해 점차 확대해 가야 한다. 이것이 유일한 지진 대책이다. 아예 지진을 없앤다는 것은 하느님도 불가능한 일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