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자문기구인 국민대통합위원회(위원장 한광옥)가 발족한 것은 지난 2013년 6월이었다. 시작은 그야말로 거창했다. ‘희망의 새 시대,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행복한 대한민국’을 내세웠다.
설립 목적 또한 분명하게 명시했다. 우리 사회에 내재된 상처와 갈등을 치유하고, 공존(共存)과 상생(相生)의 문화를 정착시켜 대한민국의 새로운 가치를 도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 출범과 더불어 희망이 보이는 듯 했다. 그러나 말 뿐이었다.
그동안 국민대통합위의 활동을 보면 ‘이름’이 무색할 정도다. 제주지역의 경우만 하더라도 그렇다. 해군기지 건설로 비롯된 ‘강정사태’는 벌써 10년째다. 찬반 주민 간 갈등으로 평화롭던 마을공동체가 붕괴된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다. 이 과정에서 범법자가 양산되고 지역주민들은 찬반 가릴 것 없이 심신(心身) 양면으로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설립 목적을 떠올리면 응당 국민대통합위가 나서야 했다. 하지만 갈등 치유와 함께 공존과 상생을 부르짖던 대통합위는 그 자리에 없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제주4·3’을 둘러싸고 우파와 좌파가 대립할 때도 침묵(沈黙)으로 일관했다. 우둔한 탓인지 제주를 막론하고 갈등이나 대립 현장에서 국민통합위가 ‘활약’했다는 소식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 국민대통합위원회가 11일 제주에서 시민단체와 함께하는 ‘국민통합 간담회’를 개최했다. 웬일인가 싶어 ‘혹시나’ 했더니 결국 ‘역시나’였다. 주최 측이 국민대통합 간담회라고 밝혔지만 이날 참석한 단체는 새마을회와 바르게살기운동중앙회 등이 고작이었다.
간담회의 주제도 ‘작은 실천 큰 보람운동’의 범국민적 확산을 위한 협력 방안이 주를 이뤘다. 대한민국 바로알기와 사회지도층 솔선하기, 안전 질서 바로 세우기 등 생활 속 작은 실천을 통해 국민대통합을 구현하자는 일종의 홍보성 행사였다.
국민대통합위가 출범한지 2년이 훨씬 지났지만 대통합(大統合)은 커녕 역사교과서 문제 등으로 국민 분열(分裂)만 심화되고 있다. 이름값에 걸맞는 행동을 대통합위에 요구하는 것은 너무 무리한 부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