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역사의 국정화를 우려한다”
“4·3역사의 국정화를 우려한다”
  • 김경학
  • 승인 2015.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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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보고서 내용만 교과서 반영해도
역사적 사고 좌·우 두 날개로 날아야

정부의 역사교과서에 대한 국정화 방침을 놓고 말이 많다. ‘역사전쟁’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분노하고 있다. 그 분노가 이곳 한반도의 남녘 끝 제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무엇이 문제이기에 도민들이 분노할까. 우선 ‘4·3특별법’은 “제주4·3사건이란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그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정의하고 있다. 정부가 공식 채택한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는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하여, 경찰·서청의 탄압에 대한 저항과 단선·단정 반대를 기치로 1948년 4월 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무장봉기한 이래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금족지역이 전면 개방될 때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장대와 토벌대간의 무력충돌과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을 교과서에 반영, 기술하면 그만이다. 법이나 진상조사보고서의 결론은 명쾌하다. 그러나 역사라는 것은 보는 시각에 따라 다소 입장을 달리할 수 있기에 고스란히 반영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일지 모른다. 하지만 교묘하게 왜곡시키지는 말아야 한다.

현재 도내 28개 고등학교에서 채택해 사용하고 있는 한국근현대사 관련 교과서에는 4·3의 역사를 어떻게 기술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가장 많이 채택(13개교)하고 있는 ㈜미래엔 교과서는 “제주도의 3·1절 기념 행진에서 경찰의 발포로 사상자가 발생하자, 주민들은 항의 시위를 벌였다(1947. 3. 1.). 시위자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일반인이 체포되자, 미군정에 대한 주민들의 반감이 높아졌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제주도의 좌익 세력은 5·10 총선거를 앞두고 단독선거 저지와 통일 정부 수립을 내세우며 무장봉기했다(1948. 4. 3.)”고 적고 있다.

두번째로 채택률이 높은(8개교) ㈜)비상교육 교과서를 보자. “유엔에서 남한만의 단독 선거를 결정하자 좌익 세력을 중심으로 곳곳에서 단독 선거 반대 투쟁이 있어났다. 1948년 4월 3일 제주도에서는 공산주의자와 일부 주민들이 단독 정부 수립 반대와 미군 철수를 주장하며 무장봉기했다(제주4·3사건). 이로 인해 제주도 3개의 선거구 중 2개의 선거구에서 총선거를 치르지 못했고, 사건의 진압 과정에서 수만 명의 제주 도민이 희생됐다.”고 기술되어 있다.

그런데 A출판사의 역사교과서 내용은 다르다. “제주도에서는 1947년 좌익들의 3·1절 기념 대회에 남로당 제주도위원회가 조직 총동원령을 내려, 정권을 인민위원회로 넘기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게 했다. 대회 당일, 모르고 아이를 친 기마경찰을 뒤쫓아 시위를 구경하던 군중이 경찰서로 몰려갔고, 경찰이 발포하여 사상자가 발생했다. 1948년 4월 3일 남로당의 주도로 총선거에 반대하는 봉기가 일어나 경찰서와 공공 기관이 습격 받았다. 당시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무고한 민간인의 많은 희생이 있었고, 많은 경찰과 우익 인사가 살해당했다(제주4·3사건).”고 기술하고 있다. 그리 길지 않은 내용이지만 ‘조직 총동원령’ ‘모르고 아이를 친 기마경찰’ 등의 표현 속에서 교묘하게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다행히 A출판사 교과서를 제주도내 고등학교에서는 1곳도 채택하지 않고 있다. 전국 2300여 고등학교 중 단 3학교만이 채택하고 있다. 문제는 이번에 정부가 국정화를 추진하면서 다양성 훼손의 근거로 ‘우편향 논란’이 제기된 이 교과서를 두둔하고 나선데 있다. 그리고 도내 대다수 고등학교에서 채택하고 있는 교과서는 ‘좌편향적’이라며 지적하고 있다. 좌우 양쪽 날개로 날아가는 역사적 사고의 비상을 보고 싶은데, 국정화는 아무래도 비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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