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 내 얘기다. 은행에서 연락이 왔다. 만기가 다 돼가는 자녀통장이 있는데 잊지말고 만기시 찾아가라고 했다.
근무지가 우도에 있다보니 마감시간까진 가지 못하겠다고 하니, 친절하게 저녁 7시 이후에도 퇴근 안하고 처리를 해 주겠다고 했다. 고마웠고 약속대로 금요일 저녁에 갔으나 도장을 가지고 가지 않아 다음주를 기약하게 됐다.
다음주 금요일 아침에 전화를 하고 저녁 6시쯤 가서 해지를 요청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담당자가 업무를 마감해서 안된다고 했다.
그럼 아침에 전화했을 때는 오라고 했는데 왜 안돼냐고 항의했고, 담당자는 본인과 직접 통화를 한 것이 아니라 곤란하다고 했다.
2번이나 헛걸음을 함에 따라 업무처리방식에 화가 났다. 처음부터 원칙대로 했으면 이런 불쾌한 감정은 안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은행 직원이 잘못한 것이 아니었다. 명확하게 의사표시를 하지 않고 특별한 서비스를 바란 나의 잘못도 분명 있었다.
요즘은 다수의 공공기관에서 민원해결을 위해 정상적인 근무 시간 이후 야간, 또는 휴일에도 업무를 처리한다. 민원편의를 위해 특수시책 또는 실적에 반영됨에 따라 의례히 해야 되는 걸로 생각했고 실천해 왔다.
그러나, 고객을 위한 적극적인 행정이 정상적으로 펼쳐지면 이상이 없으나 소통이 굴절돼 고객과 직원간의 상호 기대치가 왜곡 될 경우 서로 얼굴만 붉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꼭 말하고 싶다. 고객을 위한 적극적인 행정을 펼칠 때 명확하게 한계를 공유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구비 서류와 서비스 시간을 정확하게 알려줘야 한다. 매뉴얼은 바뀔 수 있다.
의지해서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분명한 의사표시와 전달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그것은 매뉴얼에 의한 친절보다도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명확한 의사표시와 전달 그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