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고 사랑하는 도민과 교육가족 여러분!
2015년이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입동(立冬)을 맞았습니다.
겨울 다음에 희망과 생기를 품은 봄이 찾아옵니다.
내년 봄에 따뜻한 ‘희망교육’의 바람이 교실에 더 활발히 감돌 수 있도록, 내년 제주교육의 살림을 충실히 꾸리겠습니다.
존경하는 도민과 교육가족 여러분.
우리 교육청은 올해보다 약 2.7%인 218억원이 늘어난 총 8,270억원 규모의 내년도 세입‧세출 예산안을 편성하여 제주특별자치도의회에 심의‧의결을 요청하였습니다.
세입예산은 정부의 보통교부금이 올해보다 276억원 소폭 증가되었지만, 인건비 증가 수준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반면, 학생수 증가에 따른 수용 시설이 부족하여 시설비 등 지출해야 할 예산이 갈수록 늘어 우리 교육청의 재정압박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어려운 여건이지만 ‘교실 지원’이라는 제주교육의 대원칙을 곧게 세워 예산을 편성하였습니다.
낭비와 비효율적인 예산 요소들을 최소화한 반면 ‘교실 지원’ 비전을 충실히 실현하고, 교육현장과 가정, 지역에 희망을 전하는 정책과 사업에 예산을 중점 배정하였습니다.
대표적으로 ‘읍면 고등학교 희망만들기’를 위하여 ‘읍면 고등학교 무상교육’을 실시합니다.
내년부터 읍면지역 일반고등학교 학생의 입학금 전액과 수업료 50%를 지원할 계획입니다.
고등학교 무상교육은 현 정부의 공약입니다. 당초 우리 교육청은 정부 공약 이행 여부 및 수준에 따라 무상교육을 실시하기로 했었습니다.
하지만 공약 실현이 요원합니다.
정부의 입장을 마냥 기다릴 수 없습니다.
고교체제 개편을 통해 읍면고등학교 희망 만들기를 본격 추진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어려운 예산 여건이지만, 우리 교육청이 중심이 되어 내년 읍면 고등학교 무상교육을 충실히 추진하여 읍면 고등학교에 희망을 만들겠습니다. 이를 토대로 읍면학교를 지역 통합 및 지역 균형발전의 중심으로 발전시켜 나가겠습니다.
다음으로 ‘교실 지원’을 더욱 충실히 추진합니다.
우리 교육청은 ‘2015년 제주교육은 교실이다’를 기조로
본연의 교육활동이 충실히 이뤄지는 교실을 실현하기 위해 교실 지원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변화와 희망의 가능성이 하나씩 도출되고 있습니다. 교실 지원에 대한 당위성과 공감대가 도민사회에 확산되고 있습니다.
올해 성과를 기반으로 내년에 교실 지원을 더욱 충실히 추진하겠습니다.
우선, 아이들이 주체성과 자존감을 갖고 자신의 꿈과 끼, 진로를 발견할 수 있도록 ‘질문이 있는 교실’을 서서히 뿌리내리겠습니다.
또한 올해 어린이날에 맞춰 전국 시도교육감들이 발표한 놀이헌장을 기반으로 후속사업을 추진하겠습니다. 놀이 문화가 어우러진 교육과정을 시행하여 건강과 본연의 창의성 및 인성, 예술적 감수성 등을 잘 키우겠습니다.
아이들의 꿈과 끼를 바탕으로 진로‧진학 교육이 초등학교 고학년에서부터 시행되는 기반을 마련하고, 아이들의 기초학력 부진을 개선하는 데에 지원을 강화하여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실’을 실현하겠습니다.
우리 교육청이 내년 본격 추진할 ‘질문이 있는 교실’의 비전을 실질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평가와 수업 방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배려와 협력이 있고 어제보다 성장한 오늘의 역량을 측정하는 다양한 과정평가와 성취평가 방식을 정착시키고 수업방식을 점차적으로 변화시키면서, ‘질문이 있는 교실’을 실현해 나가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 교육청의 역점 정책인 △작은학교 희망 만들기와 △좋은 일자리 만들기를 통한 ‘고졸신화 실현’, △진학범위 ‘인 아시아’로 확대, △‘들엄시민’을 중심으로 한 내실 있는 외국어교육,
△학생건강증진센터 운영 강화를 통한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몸과 마음 건강 돌봄, △축제가 있는 제주교육 등도 충실히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사랑하는 도민과 교육가족 여러분.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을 각 시도교육청의 의무지출경비로 명시하는 ‘지방재정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지방교육재정은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우리 교육청 역시 올해 어린이집 보육료 417억원이 포함된 579억원의 누리과정 예산을 부담하기 위해 357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했습니다.
올해는 빚을 내어 겨우 부족분을 메웠다 하지만, 문제는 내년 이후입니다. 2016년 624억원에 이어 2017년 이후 매년 증가할 예정입니다. 누리과정 예산을 부담하기 위해 또 다시 지방채를 발행한다면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어린이집에 대한 관리 감독권이 보건복지부와 지자체에 있는 반면 예산은 시도교육청이 부담해야 하는 모순적인 현실입니다.
누리과정 본연의 취지와 의무교육을 명시한 헌법과 관계 법률, 보육 관련 규정, 국민 정서, 우리 교육의 미래 등 어떤 논리와 근거, 전망에 비춰봐도 누리과정 예산을 교육청이 부담하는 것은 부당합니다.
도민과 교육가족 여러분.
이 같은 인식을 함께한 전국 시도교육감들이 누리과정 중 어린이집 보육료를 내년 예산에 편성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것은 누리과정을 도외시한 것이 아닙니다.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고’ ‘모든 아이들이 공정하게 누린다’는 본연의 의미를 가진 누리과정의 책임이 국가에 있다는 것을 우리 사회에 명징하게 알리기 위한 교육감들의 고육책입니다.
또한 교육감을 떠나 교육자의 사명과 원칙에 입각해국가의 백년지대계인 교육의 근본 토대를 무너뜨릴 수 없다는 간곡한 호소도 반영되었음을 이해 부탁드립니다. 그러나 이 상황이 계속되지 않을 것입니다. 전국 교육감들과 열심히 정부와 국회를 만나 설득하겠습니다. 국민적 여론을 모으면서 누리과정 예산이 정부를 통해 지원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도민과 교육가족 여러분.
누리과정 예산 지원은 정부의 공약입니다. 국민들 민생과 직결된 사안입니다. 갈수록 줄어드는 출산율을 해결하기 위한 국민들의 지혜를 모으는 핵심 정책 기반입니다. 정부는 국민과 한 약속을 지키는 것에서부터 정부와 누리과정에 대한 신뢰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유념해 주시기 바랍니다. 누리과정 예산이 안정적으로 확보되어야 각 가정이 아이들의 삶과 가계를 안정적으로 설계하고, 미래의 희망을 그릴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정부에 정중히 촉구합니다. 공약대로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을 지원하길 바랍니다. 더불어 교육 재정 안정화를 위한 사회적 논의를 모으고, 지원을 확대하는 데에 노력해 줄 것을 부탁 드립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도민과 교육가족 여러분. 오는 12일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일입니다. 갈수록 늘어나는 긴장감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낼 수험생들에게 격려를 보내면서, 미래에 대한 희망과 노력의 가치를 믿고 자신 있게 수능에 임하시길 바랍니다. 무한한 사랑과 헌신으로 수험생들과 동고동락한 부모님과 교직원 분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끝으로 휴일을 반납하면서까지 예산편성에 정성과 수고를 다한 예산부서 직원을 포함한 모든 교육청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2015년 11월 9일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 이 석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