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직접 거론…성우회 지속적 ‘군불때기’

국방부가 역사교과서 집필에 참여 의지를 드러내 파장이 일고 있다.
국방부 장관과 여당 의원이 공식석상에서 4·3과 6·25, 월남전 등 현대사 주요 사건을 직접 거론하며 기존 교과서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요지의 대화를 나누었다는 점에서 역사 왜곡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새누리당 한기호 의원이 4·3 사건과 6·25 전쟁 등을 언급하며 “이번에 교과서 작업을 할 때 군에 대한 부분을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자 "기존 역사서술에 군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군에서 교과서 집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협조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한 장관은 "역사적 사건들에서 군의 역할이 축소되거나 폄하되는 등 제대로 기술되지 않아왔다"며 "이런 부분은 앞서도 여러 차례 교육부에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보다 하루 앞선 지난 4일 김정배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이 역사교과서 집필진과 관련해 “다양한 분야의 학자로 구성하고, 6·25의 경우 군사학자들까지 들어갈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어 군의 시각이 국정 역사교과서에 반영될 개연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방부와 성우회 등 군(軍) 관련 단체들이 안보 교육 강화 등의 차원에서 수년전부터 교과서 내용 수정을 위한 움직임에 개입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미디어 오늘' 보도에 따르면 퇴직 장성들의 모임 '성우회'는 2013년 2월 새해 주요 업무를 보고하는 자리에서 호국정신과 애국심을 고취하는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친서를 만들어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에게 전달했다.
'미디어 오늘'은, 이어 한달 후쯤 국방부와 성우회가 발간한 '청소년 나라사랑 정신 함양을 위한 군의 협력방안연구' 보고서에서부터 '올바른 역사교과서'라는 프레임이 체계화돼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성우회 홈페이지에 게재된 연구결과물들을 살펴보면 다수의 안보방안 관련 연구서들이 현행 역사교과서가 군의 역할을 축소 기술하고 좌편향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전교조의 계기교육에 대해 작성한 논문에는 제주4·3사건에 대해 '1948년 4월 3일 남로당 김달삼이 지휘하는 350여 명의 무장폭도들이 12개 경찰지서를 습격하는 것으로 시작됐고, 4·3사건 주동자 김달삼은 같은 해 월북해 김일성에게 훈장을 수여받았다'고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는 제주4·3사건이 1947년 3월 1일 경찰의 발포사건을 기점으로 발생했고, 1954년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장대와 토벌대간 무력충돌 및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이미 확정 정리한 바 있다.
이처럼 성우회 등 군의 4·3에 대한 입장은 공권력에 의한 주민 희생보다 친북세력에 의한 무장봉기를 강조하면서 지난 2000년 여야의원 공동 발의로 통과된 '제주4·3사건 특별법'의 정신과 차이를 보인다.
이번 국정교과서 전환에 대해 제주지역에서 반대 목소리가 유난히 컸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복수의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60년만 찾아온 화해와 상생 분위기가 퇴행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집필진이 구성된 후 어떤 식으로든 제주지역사회에도 적지 않은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