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7억원을 투입한 ‘제주미래비전용역’이 도의회로부터 강한 질타를 받고 있다. 이를 요약하면 ‘기존 도시계획 정책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실질적인 제주의 미래비전을 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일 용역 추진상황을 보고받은 도의회 행정자치위는 그야말로 제주미래비전 성토장(聲討場)이었다. 의원들은 “보고서 내용을 보면 국제자유도시 1차 계획을 그대로 모방한 수준이고, 도시계획 수준에서 탈피하지 못한 것 같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연구원 대부분이 도시계획 전문가들인 점을 그 근거로 들기도 했다.
제주도는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겠다고 공언(公言)했지만 용역 내용은 중산간 가이드라인도 제시하지 못하는 등 제주미래에 대한 방향 설정이 없어 보인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제자유도시 비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영보 의원(새누리당)은 “제주국제자유도시의 모델은 홍콩과 싱가폴이었는데 이번 용역은 뉴질랜드와 스페인의 마요로카를 모델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 내용 또한 이들 지역에 대한 성찰이나 분석이 아닌 단순 기사 자료수집에 그치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제주도의 경우 ‘용역공화국(用役共和國)’이라 불릴 정도로 용역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그 중에는 미래비전용역처럼 전문가집단의 연구가 필요한 것도 있지만 공무원들의 책임 회피성 용역도 허다한 실정이다.
문제는 막대한 돈을 들인 만큼 결과물도 그에 걸맞게 충실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데 있다. 제주도와 용역팀은 제주미래비전용역에 “정작 미래비전은 없다”는 비판이 왜 나오는지 자성(自省)하고 보완에 힘써야 한다. 17억원이란 용역비는 결코 푼돈이 아니며, ‘눈먼 돈’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