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마지노선’ 위협하는 감귤 값
‘심리적 마지노선’ 위협하는 감귤 값
  • 제주매일
  • 승인 2015.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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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감귤의 ‘심리적 마지노선’은 10㎏당 1만원이다. 그런데 지난달 28일과 29일 10㎏ 한 상자당 가격이 9600원과 9400원으로 떨어지며 감귤농가에 비상(非常)이 걸렸었다. 물론 일시적이긴 했으나 비상품 감귤 출하 등으로 소비자의 신뢰를 상당부분 잃어 결코 장담할 수 없는 게 향후의 감귤 가격이다.

제주자치도가 이달 2일 ‘긴급 감귤반상회’를 개최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도내 농·감협 선과장 177개소를 대상으로 일제히 열린 반상회에는 사무관급 이상 간부공무원들이 나서 제반 문제점 개선을 강력 주문했다고 한다.

이날 제주도가 밝힌 감귤값 하락 원인은 대략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가 덜 익은 감귤을 수확 강제 착색해 출하함으로써 소비자의 불신(不信)을 받고 있다는 것. 반상회에선 “먹는 음식을 갖고 장난치는 것은 자살행위”라는 말이 나왔다. 또 ‘일어혼전천(一魚混全川)’이란 한자어도 동원됐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시냇물을 흐려놓고 있다는 뜻이다.

둘째는 품질이 떨어지는 비상품 감귤을 상품으로 둔갑시켜 출하하는 것이었으며, 세 번째가 과잉출하다. 경제불황으로 소비가 둔화되고 모든 과일이 풍작(豊作)을 이룬 가운데 품질 저하 및 소비시장의 수요를 초과하는 감귤을 출하한 결과 스스로가 감귤산업을 망치고 있다는 판단이다.

제주도가 ‘감귤 구조혁신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며 비상품 감귤 차단과 고품질 출하만이 제주감귤의 살길이라고 누누이 강조했지만 현실은 마치 ‘쇠귀에 경 읽기’다. 그동안의 경험으론 농가들의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없는 한 백약(百藥)이 무효(無效)였다. 일각에선 제주감귤의 경우 ‘완전히 죽어봐야 새롭게 거듭 태어날 수 있다’는 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과거 바나나 및 파인애플산업의 몰락(沒落)은 값싸고 맛좋은 수입산 과일, 그리고 품질 향상으로 무장한 국내산 과일과의 경쟁에서 뒤쳐진 게 원인이었다. 지금 제주의 감귤이 어떤 경쟁력(競爭力)을 갖고 있는지 농가 스스로 자문해보길 바란다. 극조생 수확이 마무리 되고 이달부터 본격 출하되는 조생감귤의 가격이 어떻게 형성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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