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살리기, 겁먹지 말지 말입니다” 
“교육 살리기, 겁먹지 말지 말입니다” 
  • 강성분
  • 승인 2015.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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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교실’ 교수법 우려 현실
학생·학부모·선생님 모두 ‘물음표’
하지만 우려는 우려일 뿐

부산동현초 성공적 시행중
어렵지 않고 아이들 즐겁게 몰입
교육당국·학교의 ‘결단’ 필요

일주일 전 ‘교육   나선다’라는 제목으로 거꾸로 교실 교수법에 대한 칼럼을 실었다. 거꾸로 교실이란 2009년 미국 콜로라도에서 시작된 혁신적인 공부법으로 ‘수업은 집에서, 숙제는 학교에서’를 개념으로 주도권을 학생에게 넘긴 학생 중심의 수업이다.

그러나 지난번 할 말을 다하지 못했다. 이유는 학부모와 학생들은 물론 각자의 교육관련 위치에 있는 분들이 우려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반론이나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더라도 책임 있는 사람들의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하기에 대안과 현실화를 위한 논의가 시작되길 바란다.

일단 풍천초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학부모들의 동의를 이끌어내기까지 오고 간 질의와 걱정에 대한 얘기다. 부모들의 걱정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 아니냐?” “아이들이 졸업 후에 일반 중학교에서 또다시 원래의 수업형태로 돌아갈 때 적응할 수 있을까?”가 주를 이루었다.

학교의 걱정은 학교의 수업자재 준비를 위한 재정적 문제, 선생님들은 동영상 제작과 같은 추가적인 업무에 대한 두려움, 학생들의 걱정은 특히 성적이 좋은 학생의 경우 자신의 능력을 나누어야 한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무엇보다 공통의 가장 큰 걱정은 어린 아이들이 잘 따라줄까 하는 것이었다.

이에 현재 초등학교에서 거꾸로 수업을 하고 있는 부산 동현초등학교의 박두일 선생님에게 직접 알아보기로 했다. 꽤 오래 전 시작한 분이라 혹시나 위와 같은 이유들로 인해 중도에 포기하신 건 아닐까 내심 걱정하며 몇 번의 시도 끝에 통화를 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냉큼 우려했던 바를 실토하니 웃으며 답하길 “거꾸로 수업은 한번 발을 디디면 벗어나기 힘듭니다”라고 했다. 그래서 조목조목 걱정거리들을 나열했다. 그에 대한 답변들은 이랬다.

자기주도 학습이 초등학생들에게 어렵다는 것은 해보지 않은 사람들의 억측이다. 오히려 피동적인 나쁜 습관에 물들지 않고 더 빨리 습득하며 더 즐겁게 몰입한다. 현재 2학년 담임을 맡으며 경험한 바로는 오히려 저학년일수록 더욱 효과적이다.

재밌고 자기주도적인 수업을 위한 교재연구와 아이디어를 내는 일이 어렵지 동영상은 만드는 일은 어렵지 않다. 매 수업에 동영상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요약된 학습지를 내주고 읽어오게 하는 수업으로도 가능하며 TV에서처럼 아이패드가 꼭 필요한 것도 아니다. 집에 있는 컴퓨터로 충분히 가능하다.

학부모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처음엔 안하던 아이도 스스로 수업을 준비하고 빨리 학교에 가고 싶어한다. 가장 어려운 것은 아이들을 기다려 주는 것이다. 아이들은 결국 해낸다. 다만 어른들이 그것을 기다리지 못할 뿐이다.

거꾸로 교실과 관련해 중국의 국제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중국도 거꾸로 교실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확산해가는 중이라고 한다. 결국 교사의 마인드가 가장 중요하다. 안 해보면 모른다. 하지만 곧 발견하게 된다. 선생님들은 편해지고 아이들은 공부가 즐거워진다고 한다.

거꾸로 교실을 꾸려가는 또 다른 선생님의 인터뷰내용을 보면 거꾸로 교실을 운영하기 위한 아이디어들이 보인다. 지면이 짧아 모두 실을 수 없어 관심 있는 교사들이 거꾸로 교실에 대한 정보를 얻을수 있는 홈페이지를 소개한다. 거꾸로 수업을 위한 교수법과 동영상, 영상제작 프로그램 등을 공유하는 미래교실 네트워크 (http://www.futureclass.net/)와 각종 연수를 제공하는 에듀니티 행복한연수원 (http://happy.eduniety.net/)등이 있다.

아직 가장 큰 벽이 남아 있다. 학교는 교권의 침해라고 한다. 혹시 교사가 용기를 내도 학교장의 눈치가 보인다면, 교육청의 획일적인 평가방식과 기준이 억압이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교권침해가 아닐까.

누구나 남이 시키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 아이들도 그렇다. 거꾸로 수업이 세상에 없던 새로운 길은 아니다. 다만 아무도 걸으려하지 않을 뿐. 우리 모두 너무 겁먹지 말지 말입니다. 그러다보면 이 아이들이 갈 중학교, 고등학교, 사회가 변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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