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범한 주부 고은주(30·여)씨는 조금 특별한 취미를 갖고 있다. 바로 직접 옷을 만들어 입는 것. 그녀의 근처에서는 항상 ‘서걱서걱’ 가위소리와 ‘드르르륵’ 재봉틀 소리가 교차해서 들렸다.
고 씨는 미리 준비해온 검은색 옷감을 틀에 맞춰 똑같은 두 개로 자르고, 재봉틀을 사용해 연결했다. 이후 안감을 더한 뒤 지퍼를 달고 옆선과 밑단을 정리했다. 그가 다림질까지 마치고 나자 세상 어디에서도 살 수 없는 단 하나의 원피스가 완성됐다.
고 씨는 “재봉을 배운 이후 주방장갑, 휴지 케이스 등 다양한 생활용품을 만들어 봤지만, 옷은 오늘 처음 완성했다”며 “아직 부족하지만 멋진 옷이 만들어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2일 제주대학교 평생교육원(원장 임화순) 2층 강의실에서 고 씨와 같이 ‘나만의 옷’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재봉 수업 수강생들을 만났다.
재봉 수업의 대부분은 재봉틀을 사용한다. 재봉틀은 17세기 발명돼 18세기 두 개의 바늘로 바느질을 하는 기계가 보급, 전 세계적으로 퍼졌다. 이후 가정용 재봉틀과 공업용 재봉틀로 양분돼 발전을 거듭했다.
우리나라에도 1930년대 최초로 선보여지면서 공업용으로 사용되다 가정의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비록 1980년대 사회수준의 향상으로 재봉틀 이용이 급격히 줄었다고는 하지만, 최근 봉제관련 취미가 보편화되고 패션의 다양화가 추구되면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이날 재봉 수업도 이런 취미와 목표를 갖고 있는 수강생들이 모여 이뤄졌다. 이들이 재봉을 하는 이유는 단 하나, ‘나만의 옷’을 만드는 것이다. 수업은 윤성희 강사가 도움을 주고 있다.
조선경(33·여)씨도 마찬가지다. 그는 패션디자인을 전공, 보다 다양한 스타일의 옷을 직접 만들기 위해 재봉을 배우고 있다.
조 씨는 “옷을 디자인만 하다, 내가 디자인한 옷을 직접 만들어 보고 싶어 강의를 듣게 됐다”며 “아직 배우는 단계라 높은 품질의 옷을 만들지는 못하지만, 직접 만든 옷을 입고 다니는 나를 상상하면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접 만든 옷이다 보니 ‘특별한 선물’로도 인기가 좋다고 한다.
부춘자(49·여)씨는 “어렸을 때 어머니가 재봉틀로 옷을 만드는 것을 옆에서 본 것이 전부였지, 재봉의 기초도 몰랐다”며 “더 늦기 전에 내 아이를 위한 옷 한 벌 해 입혀보자 라는 마음에 재봉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아직 완성하지는 못했지만 아이가 선물을 받고 웃으며 입어보는 모습을 상상하며 정성들이고 있다”며 “세월이 많이 흐른 뒤에는 손자 옷도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고 다짐했다.

“‘나만의 옷을 입는다’는 게 재봉의 매력”
윤성희 강사 인터뷰
-무엇을 배우고 만드는가
재봉수업의 목표는 재봉틀이라는 기계를 조작해 생각하는 의류 등을 직접 만들어 보는 것이다. 재봉틀을 사용하면 냄비장갑, 휴지케이스, 미니 커튼 등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것부터 티셔츠, 레깅스, 원피스까지 각종 의류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재봉은 복잡해 보이지만 실제로 배우고 나면 정말 간단하다. 또 원단과 실만 있으면 만들 수 있으니 비용도 많이 들지 않는다. 기존의 옷을 재활용하는 ‘리폼’의 경우는 비용이 거의 없는 수준일 정도다.
-재봉을 배울 때 중요한 것은.
예전과 달리 최근 나오는 재봉틀은 안전하게 설계돼 있다. 기본 기술만 배우고 나면 크게 어려움 없이 조작할 수 있을 것이다.
감각적으로 필요한 부분이 있다. 먼저 옷감의 배치다. 색상, 패턴 등 어떻게 배치하면 더 멋진 옷이 완성될까라는 것을 늘 고민해야 한다.
또, ‘비율’에 대한 개념도 필요하다. 아무리 멋진 색상과 패턴을 갖고 있는 옷이라 할지라도 입는 사람이 이상해 보인다면 아무 쓸모가 없을 것이다. 최적의 비율과 사이즈로 최고의 옷을 만들어 내는 것이야 말로 ‘재봉’이다.
물론 재봉을 배우면 이런 감각들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재봉의 매력은.
상상하는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평소에 옷을 보면서 ‘이런 색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이 부분이 좀 더 길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현실로 만들어 줄 수 있는다.
또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하면 목표 의식이 생긴다. ‘나만의 옷을 입는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옷을 선물한다’ 등의 목표를 가질 수 있는 것이 재봉만의 매력이다.
만들고 난 뒤에는 성취감도 생긴다. 작업을 통해 추진력을 기를 수 있고, 자존감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