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자치도가 2억원에 가까운 돈을 들여 구축한 ‘악취감시시스템’이 무용지물(無用之物)로 변했다. 설치한지 채 1년도 안 돼 장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악취감시시스템은 2013년 10월 축산 밀집지역인 제주시 한림읍을 비롯 애월읍 고성리 등 6개소에 설치됐다. 양돈장이 밀집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악취(惡臭)민원이 해마다 증가한데 따른 것이다. 사업비만 1억7500만원이 투입됐다.
당시 제주도는 브리핑을 통해 이 감시시스템은 암모니아와 휘발성유기화합물, 황화수소 및 풍향·풍속·온도 등을 실시간으로 자동 측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악취가 일정 농도 이상 초과하면 즉시 통보되는 등 신속한 대응처리가 가능해졌다고 호언장담(豪言壯談)했다.
그러나 말 뿐이었다. 지난해부터 자동악취포집기가 수차례 이상 증세를 보이는 등 고장이 잦았다. 문제는 해당 감시시스템을 설치한 업체가 기술력은 물론 현장대응 능력마저 없어 고장수리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악취감시시스템을 설치한 업체는 다름 아닌 노래방기기를 납품하는 A전자로 드러났다.
악취감시시스템은 아주 특수한 분야다. 그런데도 이와는 전혀 무관한 노래방기기 업자에게 맡겼으니 그 결과는 뻔했다. 행정의 계약(契約)심사 과정에 구멍이 뚫리지 않고선 도저히 발생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도 관계자는 악취 측정기 1대를 시범적으로 구입해 시범 운영하고 있으며, 정상적으로 운영될 경우 설치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번 일은 그렇게 단순하게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계약심사 과정에 특혜나 편법 등은 없었는지 등을 상세하게 규명하는 한편 마땅히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 같은 엉터리 행태는 어쩌면 ‘빙산(氷山)의 일각(一角)’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말고 식의 행정행위로 인해 얼마나 많은 도민들의 혈세가 줄줄 새나가고 있을 것인가. 제주자치도가 이런 일들을 다잡지 않고서는 이와 유사한 행태가 계속 되풀이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