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살리기, 학부모들이 나선다”
“교육 살리기, 학부모들이 나선다”
  • 강성분
  • 승인 2015.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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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 위기 풍천초 살리기 성공
다짐은 신명나는 학교 만들기
이제는 약속을 지킬 때

방법은 ‘거꾸로 교실’ 운영
수업 주도권 학생에게로
학습 능동적 참여·내면화 가능

2년 전 서귀포시 성산읍 신천리에 있는 풍천초등학교는 통폐합의 위기에 처했었다. 사실, 말이 통폐합이지 폐교 조치인 셈이다. 당시 폐교의 위기에 처하자 신풍리와 신천리 마을들은 분연히 일어나 학교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고 당시 교육의원이던 이석문 제주특별자치도 교육감 등 교육의원과 몇몇 도의원들의 끈질긴 도움으로 결국은 성공했다.

당시 우리 풍천초를 둘러싼 두 마을은 학교를 살리기에 앞서 “만약 학교가 살아난다면 아이들이 신명나는 학교를 만들자. 그래서 공부가 재밌는 아이들로 키워나가자”는 약속을 했었다. 이에 두 마을의 부단한 노력으로 유치원생까지 포함하면 69명에 이르는 학교로 성장했다.

이제 약속을 지켜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아이들이 공부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고 심지어 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로 키우려면 어찌해야할까?

사실 아이들은 원래 공부를 좋아한다. 모든 부모들은 아이들이 끊임없는 호기심으로 왜? 왜?를 연발했던 때를 기억할 것이다. 아이들은 묻고 대화하며 배우기를 좋아했던 것이다. 더 이상 ‘왜?’를 묻지 않는 시기는 공교롭게도 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때와 거의 일치한다. 아이들이 배운 것이 많아서 더 이상 궁금한 것이 없어서일까? 아니다. 더 이상 재미가 없거나 물으면 혼나기 때문에 입을 다문 것이다.

공부의 범위가 교과서 속으로 들어가고, 공부의 공간이 1평도 안 되는 책상과 의자에 갇혔기 때문이며, 가장 중요하게는 공부의 주도권이 자신에게서 선생님에게로 아니 제도와 관습에게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식이 평등한 교육권을 위한 어쩔 수없는 선택이란 말은 그럴듯하다.

그러나 공부의 재미까지 앗아가는 교육이라면 과연 교육의 가치를 유지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물음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교육청이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혁신학교 도입과 같은 노력이 몇몇 학교에 활기를 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학부모들의 교육 가치관과 현장 일선에 있는 선생님들의 신념, 그리고 학교장의 의지가 일치해야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모든 조건이 갖추어질 때까지 기다릴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그릇은 못 바꾸어도 조리법을 바꾸면 더 맛나게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드디어 주목을 끄는 조리법을 만나게 되었다. 굳이 혁신학교가 아니라도 아이들이 공부를 계속 좋아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그런 교수법, 원하는 모든 학교가 특별한 재정적 지원 없이도 시도해 볼 수 있는 그런 교육법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거꾸로 교실’ 교습법이다.

거꾸로 교실이란 2009년 미국 콜로라도에서 시작된 혁신적인 공부법이다. 수업시간이 조용하지 않고 시끄러우며 아이들은 얌전히 앉아있지 않고 활기차게 움직이는데다 수업은 집에서, 숙제는 학교에서 하는 것은 물론 수업의 주도권을 학생에게 넘긴 학생 중심의 수업이다. 학생들은 수업 시간 내내 질문과 답변, 발표와 토론, 친구 가르치기, 교사에게 설명하기 등 ‘말하기’ 전략으로 학습 과정에 몰입하게 된다.

교사 중심의 주입식 교육은 정해진 진도를 나가야 하기 때문에 이해 못한 문제나 잘못된 개념을 해결 보완하지 못하는 구조다. 하지만 거꾸로교실은 사전 예습을 통해서 그 날 배울 핵심 내용을 미리 알고 수업에 임하기 때문에 능동적인 참여가 가능하고, 함께하는 문제풀이로 학습내용을 내면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최상위 0.1%라 불리는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핵심능력이 바로 ‘메타인지’다. 이를 키우는 것이 놀라운 성적향상의 비밀이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말하기’다. 바로 아이들 스스로 말하게 만드는 교수법인 것이다.

그렇다고 아이들의 성적이 오르기만을 바라서 거꾸로 교실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공부를 잘하기보다 좋아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러면 아이는 끝까지 공부할 것이다. 그것이 어떤 공부이든 즐겁게! 거꾸로 교실의 현실화의 문제에 대해서는 다음 회에 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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