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교단서 이런 역사 가르치기 싫다”
“미래 교단서 이런 역사 가르치기 싫다”
  • 문정임 기자
  • 승인 2015.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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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거리에 선 청소년들
“반대 말아야 한다는 어른들 생각이 제일 위험”
▲ 지난 24일 제주시청일대에서 제주한국사교과서국정화반대대학생연대가 서명운동과 촛불집회를 벌였다. 사진 대학생연대 제공 (1)

제주지역 청소년들이 거리에 섰다.

규모와 방식은 다르지만 따로 또 같이, 서로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으며 정부의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에 분명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도내 대학생들로 구성된 제주한국사교과서국정화반대대학생연대는 지난 17일에 이어 24일에도 어둑해진 제주시청 일대에 하나둘 촛불을 켰다.

제주대학교와 제주국제대학교 학생 등을 중심으로 한 대학생 연대는 이 자리에서 한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이유를 관련 영상과 자유발언을 통해 조목조목 시민들에게 설명했다.

제주대 건축학과 조아해 씨는 "박정희 대통령 때 이후 검·인정 체제로 바꿨는데 이번 정부에서 다시 국정화로 가고 있다"며 "이는 보수 역사관을 주입시키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제주4·3사건도 무장반란으로 배울 수 있겠다"며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떨리지만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조 씨는 앞서 학내에 관련 대자보를 붙여 학우들의 공감을 촉구하기도 했다.

사회교육과 김광철씨와 이민경씨는 "친일을 미화하고 독재를 정당화하는 움직임에 동의할 수 없다"며 "우리도 언젠가 교단에 설 텐데 이런 역사를 가르치고 싶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날 자유발언에서는 어린 학생들도 용기를 내 마이크를 잡았다.

대안학교에 재학 중인 16세의 한 학생은 '자랑스러운 역사란 왜곡된 자화자찬이 아니라 그 모든 부끄러움에도 불구하고 실수를 거듭해가며 우리가 여기까지 왔다는 사유와 반성으로 얻어지는 것'이라는 누군가의 말을 인용해 자신이 이 자리에서 선 이유를 설명했다.

이 학생은 앞서 지난 17일 대학생 연대의 1차 촛불집회에 참석한 것을 계기로 지난 주 직접 서명운동에 돌입하기도 했다. 후배와 찾은 학교는 10여 곳. 손에는 직접 만든 피켓을 들었다. 550명의 서명을 받았다.

"17일 촛불집회를 보고 느낀 게 많았거든요. 국정교과서는, 내용이 객관적이든 주관적이든 국가의 의견대로 간다는 점에서 잘못된 것 같아요. 그래서 19일부터 하교시간 학교에 양해를 구해 여러 학교들을 찾아다니며 국정화 교과서의 문제점을 알리기 시작했어요."

학생은 이어 “제일 위험한 것은 나라에서 하는 일에 반대하지 말아야 한다는 어른들의 생각인 것 같다”며 “하지만 정부가 하는 일은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국민을 무서워하고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또박또박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이날 촛불집회에서는 세화고 학생으로 알려진 한 남학생의 1인 시위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 학생은 촛불집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국정교과서 반대 피켓을 들고 분주히 움직이는 시민들 틈에 서 있었다.

한편 같은 시간 교육부는 보도 자료를 통해 교사와 학생들의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운동에 대해 엄정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촛불집회에서 만난 한 시민은 “어린 학생들이 거리에 있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면서도 “같은 생각을 나대신 주장해주고 있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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