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사 호종단과 관련있는 산방로 등

제주에서는 고종달이라 불렸던 풍수사(胡宗旦) 호종단. 송나라 출신인 호종단은 고려 예종때 귀화한 인물이다. 1106~1122년 중국 진나라 황제의 지시로 제주에 온 호종단은 제주의 지맥과 수맥을 끊었다.
지장샘로(서귀포시 서홍동, 3489m), 산방로(서귀포시 남원읍 안덕면, 1026m), 토산망동로(서귀포시 표선면 토산리, 2851m), 고락로(차귀도 매바위, 5577m)는 호종단과 관련이 있다.
옛날 옛적 제주에서는 겨드랑이에 날개가 생겨, 날아다니는 아기장수들이 심심치않게 태어났다. 이 소문은 점점 퍼져 진나라에까지 흘러 들어갔다. 당시 황제인 진시황은 천하를 통일했으나, 늘 왕국이 위협 받을까 우려해 만리장성을 쌓았다. 진시황은 지리서를 보니 제주에 왕후지지(王侯之地)가 있어 제왕이 태어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에 진시황은 땅속을 훤히 보는, 풍수에 능한 풍수사 호종단 일행을 보내 제주의 지맥과 수맥을 모두 끊어버리라고 지시했다.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에 상륙한 호종단 일행은 농부에게 “이 곳이 어디냐”라고 물었다. 농부는 “종달리”라고 답하자, 자신과 이름이 같다며 은월봉 인근에 있는 ‘물징거’샘의 혈을 따버렸다고 한다.
차츰 서쪽으로 이동하면서 쓸말한 샘물을 모두 말려버린 호종단 일행은, 표선면 토산리(토산망동로)에 도착했다.
한 농부가 밭을 갈고 있었는데, 고운 처녀가 그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처녀는 “놋그릇에 물을 떠다가, 구부러진 나무 아래에 숨겨 달라”고 부탁하자, 농부는 그의 말대로 했다. 처녀는 물 속으로 뛰어 들더니, 곧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바로 그 처녀는 노단샘이와 거슨샘이의 수신(水神)인 것이다.
잠시 후 제주도의 명혈을 그린 책을 들고온 호종단은 농부에게 “혹시 근처에 구부러진 나무 아래에 샘물이 있지 않냐”고 물었다.
농부는 “그런 물은 알지 못해마씸”이라고 답변하자, 호종단은 “분명히 이곳인데 없는 걸보니 책이 잘못됐다”고 생각해 책을 태우고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고 한다. 농부의 기지 덕분에 ‘지장샘’과 토산봉 서쪽에 있는 ‘거슨새미’와 ‘노단새미’에는 물이 끊키지 않았다고 한다.
지장샘로 인근에는 지혜로움을 보여준 ‘지장샘’을 의미하는 길이 있다. 어느 날 서홍동의 마을에서 한 농부가 소로 밭을 갈고 있었다. 그런데 백발의 노인이 다가오더니, “지장샘의 물을 떠다가 소의 안장에 숨겨달라”고 부탁을 했다. 농부는 자신이 점심을 먹을때 사용하려던 그릇에 물을 뜬 뒤, 안장에다 숨겨 놓았다. 그러자 백발노인은 “절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달라”고 재차 부탁한 뒤, 샘으로 들어가 버렸다.
잠시 후에 나타난 호종단은 “꼬부랑 나무 아래, 행기물이라는 곳이 어디있냐”고 묻자, 농부는 “예? 행기물이 뭐꽈? 30년 동안 살멍 처음 들어봐수다”라고 답변했다. 그러자 호종단이 데리고 온 개가, 계속 백발노인이 숨어있는 곳으로 향했다고 한다.
이에 농부는 안장에 넣어준 점심을 지키는 척하며 개를 쫓아내자, 호종단 일행은 자신들이 들고 있던 책이 잘못됐다며 그 자리를 떠났다고 한다. 호종단 일행이 사라지자 농부는 지장샘에 가서, 말라버린 샘터에 물을 부어주자 예전 같은 ‘샘’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알고보니 백발노인은 지장샘의 ‘수호신’으로, 호종단도 끊지 못한 물이라며 현재까지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산방로에는 ‘용머리 해안’이 있다. 현재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는, 용머리 해안은 이 지역의 지형지세가 마치 용이 머리를 들고, 바다로 뛰어 들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데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가 산방산에 도착해 주변을 살펴보니, 용머리가 바다 앞으로 꿈틀 대고 있었다고 한다. 호종단은 “저게 바로 왕후지지다! 저 놈의 맥과 혈만 끊어버리면 만사 끝이다”라고 외쳤다.
호종단과 일행은 산을 한달음에 내려가, 고개를 내밀고 바다로 나가려는 용의 꼬리를 끊고, 다시 잔등을 내리쳐 완전히 끊었다고 한다. 또 다시 머리를 내리치려고 하자 검붉은 피가 솟구쳐 오르면서 ‘우르릉~우르릉~’신음소리를 토해냈다고 한다. 결국, 이 지역에서는 왕후지지의 맥이 끊기고 만 것이다.
호종단은 제주도 전역을 다 돈 뒤, 현재 제주시 화북동에 이르렀는데, 더 이상 혈을 찾아내지 못해 돌아가려고 했다. 그런데 매 한마리가 나타나 호종단이 탄 배를 침몰시켰다고 한다. 차귀도 앞바다가 호종단 일행이 가라앉은 곳이라, 차귀도(遮歸導)라는 이름이, 호종단이 돌아가지 못한 곳이라 해서 붙이게 됐다는 전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