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정성이 모이면 생명도 구해”
“작은 정성이 모이면 생명도 구해”
  • 윤승빈 기자
  • 승인 2015.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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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기부 행복한 제주 <51>
김형준 탑동365일의원 대표원장

제주도내 한 지체장애인 시설에 심장병을 앓고 있는 아이가 있었다. 아이는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어 아프다는 말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아이가 18살이 되던 해 병환이 악화돼 당장 수술을 받아야 했지만, 돈이 없었다.

한 의사가 앞장섰다. 그는 이 아이의 사연을 듣고 라디오 등을 통해 다른 이들에게 전파했다. 수십명의 사람이 아이를 돕는데 동참했고, 아이는 무사히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작은 도움이 모여 하나의 생명을 살리는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이 의사는 제주시 건입동 탑동365의원 김형준(49) 대표 원장이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그는 2002년 제주시 건입동에 당시 최초로 ‘야간 병원’인 탑동365의원을 개업했다.

김 원장은 “당시 다른 지방에는 야간 병원이 있었지만 제주에는 없었다. 늦은 저녁 병원 진료가 필요한 환자들은 모두 대형병원 응급실로 가야했다”며 “야간병원의 성장 가능성도 봤지만, ‘살기 좋은 제주’를 ‘더 살기 좋은 제주’로 만드는데 일조하고자 개원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주말, 공휴일 가리지 않고 늦은 밤 시간 까지 환자를 진료 했고, 이를 경쟁력으로 병원을 성장시켜 나갔다.

김 원장은 첫 나눔을 하게 된 것은 2007년 제주도내 한 지체장애인 시설 촉탁 의사를 맡으면서 부터다.

김 원장은 “촉탁 의사를 맡고 진료를 하다 보니 당장 수술이 필요하지만 돈이 없어 참고 견디는 아이들이 많았다”며 “심장병을 앓고 있는 아이를 봤을 때 ‘꼭 고쳐주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라디오, TV 등에 방송을 내고 이 아이의 사연을 전파해 수술비를 모았다”며 “서울에 있는 대형병원에서도 후원을 받아 무사히 수술을 마칠 수 있었다. 작은 정성들이 모여 하나의 생명을 구하는 것을 보고 ‘나눔’의 가치를 느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김 원장은 촉탁 의사로 받는 급여 대부분을 형편이 어려운 장애아동들을 위해 사용했다. 김 원장의 도움으로 간질, 척추 및 다리 탈골 등의 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들이 하나 둘 건강을 되찾았다고 한다.

또 2011년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추진하는 착한병원 캠페인에 가입해 매달 병원 수익의 일부도 기탁하고 있다.

김 원장은 “‘나눔’에는 자격이 없다. 나눔을 하면서 기쁨을 찾을 수 있다면 그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며 “다만 대가나 반대급부를 위해 ‘나눔’을 시작하려는 것은 ‘나눔’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장학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그는 2012년도부터 ‘봉희장학금’을 만들어 매년 불우한 환경 속에서도 학업에 열중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김 원장은 “제주는 다른 지역보다 ‘나눔’이 넘친다. ‘괸당’ 문화를 안 좋게 보는 사람도 있지만, 이 것이 ‘나눔 넘치는 제주’로 만드는데 일조했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자신의 ‘괸당’ 범위를 조금 더 넓힌다면 행복한 제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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