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수 20여 명···그러나 우리는 ‘일당백’”
“회원수 20여 명···그러나 우리는 ‘일당백’”
  • 김동은 기자
  • 승인 2015.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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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함께하는 제주’···제주적십자기동봉사회
▲ 제주적십자기동봉사회 회원들이 지체 1급 장애인들과 비양도를 방문하기에 앞서 제주도장애인종합복지관 건물 앞에서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주는 것보다 더 즐거운 것은 없다’는 봉사회의 슬로건처럼 아주 작은 것이라도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과 나눌 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과 보람을 느낍니다.”

선선한 바람이 뺨을 간지럽히고 따스한 햇살이 나들이를 재촉하는 완연한 가을 날씨를 보인 지난 15일 제주시 한림읍 비양도에 노란 조끼를 입은 봉사 단원들이 나타났다.

이들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비양도 곳곳을 둘러볼 수 있도록 손과 발이 돼 줬다. 장애인들의 자세를 재차 고정해주는 세심함도 빼놓지 않았다.

평소 거동이 자유롭지 못해 바깥 활동이 쉽지 않았던 지체 1급 장애인들은 이날 봉사 단원들의 도움으로 ‘섬속의 섬’ 비양도 나들이에 나서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다들 얼굴에 함박 웃음이 피었다.

이날은 제주적십자기동봉사회(회장 신은화)가 이동이 불편한 지체장애인 20여 명을 대상으로 섬 나들이 봉사 활동을 펼치는 의미 있는 날이었다.

1996년 2월 출범한 제주적십자기동봉사회는 현재 20여 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처음에는 ‘기동’이 아닌 129적십자봉사회로 창단했다.

당시 회원들은 모두 택시기사였다. 차량마다 ‘TRS무전기’를 장착해 응급 환자가 발생하면 즉시 출동해 가까운 병원으로 안전하게 이송했는가 하면 통원 치료 환자들을 무료로 수송하기도 했다.

1998년에는 봉사회 명칭을 제주적십자구급봉사회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전 회원이 응급 처치 교육을 이수, 각종 사고 발생 시 환자를 현장에서 응급 조치 후 병원으로 이송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후 2001년 제주에 119구조대가 창설되면서 지금의 제주적십자기동봉사회로 명칭을 다시 한번 바꿔 도내 ‘최초’로 지체장애인과 홀로 사는 어르신들을 위한 무료 관광을 시작했다.

특히 단순히 관광지를 돌아보는 것이 아닌 우도·가파도·마라도·비양도 등 섬 나들이에 나서면서 지체장애인과 어르신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안전사고 우려 때문에 선주 측에서 기피하는 경우도 가끔은 있지만 섬 나들이 전문 봉사회라는 점을 인식시켜 주고 있다고 회원들은 설명했다.

봉사회 명칭은 물론 활동 방향이 바뀌면서 자연스레 여성 회원들의 참여도 늘어났다. 여성 지체장애인들이 보다 편안하게 무료 관광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였다.

뿐만 아니라 회원들은 농·어촌 마을을 순회하면서 어르신들의 사진도 촬영해주고 있다. 평소 사진관을 찾기 힘든 어르신들을 위해 무료로 ‘장수 사진’을 찍어 액자에 담아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회원들이 찾는 마을회관은 즉석에서 사진 스튜디오 겸 미용실로 변한다. 검은색 배경 천과 조명을 설치되는 동안 회원들은 화장과 머리 손질은 물론 옷매무새를 다듬어주는 일도 빼놓지 않는다.

한 회원은 “사진을 보고 ‘잘 나왔다’며 환하게 웃는 어르신들을 볼 때면 가슴이 찡하면서도 뿌듯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적십자 희망풍차 SR 드림하우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집수리 봉사 활동도 펼치고 있다.

회원들은 낡고 허름한 집에서 사는 어르신들의 사연을 적십자사에 소개해 비가 새는 지붕을 교체해 주거나 도배를 해 드리는 등 맞춤형 주거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방면의 능력을 가진 회원들이 모인 만큼 이들의 손을 거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지저분했던 집은 새 집으로 재탄생한다.

여기에 재난 발생 시 구호품 전달은 물론 피해 복구 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실제 태풍 ‘나리’ 당시 피해가 컸던 지역의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온 힘을 쏟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혈액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 헌혈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는가 하면 감귤원 간벌 지원에도 적극 참여해 생산 농가의 고품질 감귤 생산은 물론 수익 향상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가끔씩은 회원 자녀들이 봉사를 돕기도 한다. 밀려오는 파래로 몸살을 앓는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리 해안 등을 방문해 수거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했다.

제주적십자기동봉사회는 매달 첫째 주 화요일마다 회의를 통해 봉사에 대한 안건을 상정해서 역할 분담 등을 논의한다. 한 달 전에 미리 알리기 때문에 많은 회원들이 봉사에 참여할 수 있단다.

회원들의 봉사가 지속되면서 주변에서 도움을 요청해오는 일도 잦아졌다. 봉사 요청이 들어오면 아무리 바쁘더라도 시간을 쪼개 도움을 주고 있다.

2016년은 제주적십자기동봉사회가 창립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다. 회원들이 지속적으로 봉사를 해올 수 있었던 것은 조금씩 바꿔나간다면 모두가 행복한 사회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신은화 회장은 “제주적십자기동봉사회에도 어려운 회원들이 많기 때문에 어려운 이웃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며 “회원 수는 20여 명에 불과하지만 200여 명의 역할을 하는 단체가 바로 제주적십자기동봉사회”라고 강조했다.

강태훈 대한적십자사 제주도지사 구호복지팀장은 “제주적십자기동봉사회는 1996년 결성된 이후로 20년간 도내 전역에서 어려운 이웃을 위해 솔선수범하며 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오고 있다“며 “특별한 봉사를 계획해 꾸준히 활동해 오고 있어 다른 봉사자들로부터 좋은 귀감이 되고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강 팀장은 이어 “앞으로도 도움이 필요한 곳이면 언제든지 달려가 따뜻한 손길을 전하는 봉사 활동을 전개해 어려운 이웃들의 아픔을 덜어내고 희망을 전달하는 동반자로서 활발히 활동하는 모습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신은화 제주적십자기동봉사회장

“봉사 통해 얻은 즐거움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

신은화 제주적십자기동봉사회장은 “봉사는 시간을 내서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인데 주는 것 보다 더 즐거운 것은 없다”며 “봉사를 하면서 얻는 즐거움은 돈으로 살 수 없다”고 봉사의 의미를 정의했다.

신 회장은 이어  “내년에 창립 20주년 행사가 있는데 봉사회의 큰 행사인 만큼 잘 치르고 싶다”며 “앞으로도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회원들과 함께 특별한 봉사를 전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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