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고교 서열화 미래는 “우리끼리”
치열한 고교 서열화 미래는 “우리끼리”
  • 문정임 기자
  • 승인 2015.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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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없는세상’ 실태조사…제주, 경쟁 심각 지역분류
인문계 중심 고교 서열화, 결국 ‘패거리 문화’로 귀착

<사단법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조사 전 제주지역 학생 및 학부모들에게 받은 제보>

제보 1 : “제주는 시내 인문계고와 외곽 지역의 학교 간 차별이 매우 심각해요. 외곽학교 학생들은 학교 밖으로 나오면서 교복을 벗기도 하고, 버스 정류장에서도 학생들이 서로 섞이지 않으려고 눈치를 봐요. 시외곽 지역에서 편법적으로 주소지를 옮겨오는 일들도 꽤 많아요.” 

제보 2 : “심지어, 제주 시내 편의점 알바생도 제주 시내 인문계고가 아니면 안 쓴다고 말할 정도로 제주 지역민들에게 고교 차별이 심각해요. 이렇다보니 중학생들 고액과외나 사교육이 심각합니다. 시내 인문계고를 가기 위해서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려요.” 

제보 3 : “중학교에서도 선생님들이 고등학교 입시 원서를 내면서 떨어질 거 같은 아이들은 아예 써주지 않습니다. 떨어진 실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요. 그리고 시내 인문계고를 못간 아이들은 버스로 편도 1-2시간씩 걸리는 먼 곳으로 학교를 다녀야 해요.” 

제보 4 : “제 아이가 중학교 다니는데, ‘점자’라고 부르는 점심 자율학습을 해요. 심지어 점심 특강을 20분 정도 하는데 신청하래요. 돈을 따로 내고 수업을 듣는 거에요.”

제보 5 : “학생들만 힘든 게 아니라 다 큰 성인들도 힘들어요. 어느 고교 출신이냐를 사회에서도 따집니다. ‘네가 00고 출신이라 일을 못하지’, ‘그 사람 00고 출신이라 못써먹겠어’ 등의 말도 서슴없이 하구요...” 

제보 6 : “잘 나간다 하는 대기고나 제주일고 등에서는 중학교 상위권 아이들과 일찌감치 정보교류를 하며 스카우트해가는 식으로 입학시키기도 합니다. 학교 성적 관리를 위해서요.”

제보 1 : “제주일고, 대기고 같은 학교들은 상위권의 1학년 학생들을 데리고 해외 연수를 가는데, 예산은 동문회에서 대부분 지원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연수 내용은 관광이나 마찬가지구요.” 

제보 2 : “중학교 상위권 아이들을 스카우트 할 때, 해외 연수 이야기를 꺼내면서 데려가요.”

제보 3 : “체육 경기가 있어 응원 연습을 하는데, 군인들처럼 함성을 지르는 소리가 학교 밖 동네에 다 들릴 정도에요. 학교 내에서 학생들 정신 무장 시키려고 힘을 많이 쓰는거 같아요. 마치 북한 응원단을 보는 듯 했어요.” 

제보 4 :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공무원 사회나 직장에서 □□고 동문회니, △△고 동문회니... 고교별로 나눠져서 패거리 짓는게 많아요.”

제보 1 : “초등학교 아이를 학원에 보내지 않고 영어 공부도 안 시켰더니, 주변 엄마들이 저보고 미쳤다고 해요. ‘애 병신 만들려고 하냐’면서요. 초등학교 때는 충분히 놀게 해줘야 하는데 엄마들 사교육 경쟁이 굉장히 심해요.” 

제보 2 : “제학력갖추기평가 때문에 아이들에게 덧셈, 뺄셈 문제 풀이를 시키는 나머지 공부를 하게 했다. 제학력갖추기라는게 학교 정원에 따라 성취수준의 퍼센티지(%)가 달라지기 때문에 정원이 작은 학교는 학생 2-3명만 기준에 미달되어도 난리가 난다. 붙들고 공부를 엄청 시킨다.” 

제보 3 : “이런 평가를 없애려고 하면 오히려 부모들이 싫어해요. 시험 많이 치고 부담 줘서 아이들 공부시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보 4 : “심지어 몇 년 전에는 교육청 차원에서 ‘한 문제 더 맞기’ 캠페인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말이 한 문제이지 그것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부담을 줬을까...” 

제보 5 : “학교마다 치맛바람 일으키며 학교 드나드는 엄마들이 꼭 몇 명씩 있어요. 그런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공부 부담을 많이 주죠.”

 

제주지역이 입시 경쟁이 가장 고통스러운 지역 중 한 곳으로 꼽혔다. 시내 인문계고를 중심으로 짜여진 고교 서열화는 이후 고교 동문회를 중심으로 한 패거리 문화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사단법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공동대표 송인수·윤지희)이 지난 1년간 전국을 순회하며 조사한 17개 시·도의 줄 세우기 경쟁교육 실태를 발표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14일 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전국 시민들을 직접 만나거나 사전 제보 받은 내용을 토대로 사실 여부를 확인한 결과 ‘학교 줄 세우기 교육’ 관행은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걸쳐 뿌리 깊게 퍼져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심화 반 운영 ▲성적 순 기숙사 입소 ▲사교육업체 설명회 ▲친구 고발 상·벌점제 ▲일제식 고사 ▲합격 현수막 게시를 중심으로 전국 일선학교들의 상위권 학생에 대한 편파 지원 실태를 살폈다.

그 결과 이번 보고서에서 제주지역은 시내 인문계고 진학을 위한 중학생들의 입시경쟁이 매우 심각한 지역으로 분류됐다.

제주는 평준화 지역과 비평준화 지역이 섞여 있어 지금도 고입 연합고사를 치르며, 일부 중학교에서 점심 자율학습과 점심 20분 특강을 진행하는 등 학생들에게 학업 부담을 주고 있고, 시내 인문계고와 외곽 지역의 학교 간 차별이 굳어져 학생들 사이에 열등감과 소외감이 심각하다고 평가됐다.

조사 전 제주지역 학생과 학부모들로부터 받은 제보에는 "학교 간 차별이 심해 외곽 학교 학생들은 학교 밖으로 나오면 교복을 벗고, 버스 정류장에서는 다른 학교 학생과 섞이지 않으려고 눈치를 본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겼다.

또, 제주지역 일부 학교에서는 기숙사 입소를 성적순으로 결정하고 성적 우수자를 위한 심화 반을 운영하는 등 상위권 학생에 대한 특혜 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번 보고서에서는 제주지역사회 내에 고교 서열화로 인한 ‘패거리 문화’가 강하게 형성돼 있다는 내용이 실려 눈길을 끌었다.

더불어 제주지역은 고등학교 동문회를 중심으로 한 학연 문화가 강한 가운데 성적 상위권 학생들이 동문회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러시아 등 해외 연수를 다녀온 사실도 확인됐다.

조사자들은 말만 연수지 사실상 관광이나 마찬가지인 일정을 소화하며 상위권 학생들에게만 특혜를 주고 있다며 제주지역은 고등학교 동문회가 성적 상위권 학생들에게 주는 특혜 지원이 다른 지역에 비해 유별나다고 기술했다.

이와 관련, "(고교 서열화로 인해)학생들만 힘든 게 아니라 성인들도 어느 고교 출신이냐를 직장에서 따진다"는 제보 내용이 함께 공개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교육청 차원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대상으로 치르는 일제고사식 ‘제학력갖추기평가’가 학생들에게 학업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사자들은 고교 입시 준비와 학업 저하를 방지하기 위한 명목이지만 사실상 학교간 비교평가이고, 시험을 잘 치르기 위한 문제풀이식 시험 대비를 부추기고 있다고 판단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학교 교육과정이 학교서열화와 경쟁교육을 부추기며 학부모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에 대해 매년 시도교육청 평가시 입시경쟁 완화를 위한 시도교육청의 노력 여부를 평가 지표에 반영하고, 입시 부담 완화를 위해 제도적으로 바꿔야 할 틀이 무엇인지 재검토해야 한다며 29개 해결 과제를 제시했다.

특히 학생들이 입시 경쟁으로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지역 중 하나인 제주에 대해서는 교육부가 정책적 의지를 가지고 줄 세우기식 학교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더불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대해서는 입시경쟁 고통 해소를 위해 '탈 경쟁 공동 선언' 및 협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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