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서부전선 목함지뢰사고 발생
병사들 전역 연기 잇따라
애국심 가득한 자랑스런 젊은이
사회서도 야무진 활동역할
20대 여경 60대 자살 막기도
이들이 있어 대한민국 희망적
지난 8월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당시 서부전선 일반전초(GOP) 부대인 육군 5사단에서 근무하는 M병장은 “도발행위를 인정하지 않는 북한이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우들과 함께 끝까지 싸워 이기겠다”며 전역을 연기했다. M병장은 8월25일 전역 예정이었다. 중부전선 육군 3사단 소속의 J병장도 “북한군이 가장 두려워하는 백골부대의 일원으로서 위기에 처한 나라를 지키는 데 끝까지 함께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라며 전역을 미뤘다. J병장은 취업에 성공해 25일 전역을 하고 9월 첫 출근을 준비하고 있었다. 당시 육군 관계자는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국방의 의무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장병들의 의지가 대단하다. 전역을 연기하고 전우들과 함께 하겠다는 병사들이 계속 늘고 있다”고 전했다. 애국심으로 똘똘 뭉친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20대들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북한의 도발에 전의를 불태우며 전역을 연기한 병사들을 언급하고 “저는 그런 애국심이 나라를 지킬 수 있고 젊은이들에게도 큰 귀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한달 후인 9월 23일 서울 종로구 SK그룹 본사 3층에서는 전역연기 장병 특별채용 설명회가 열렸다. 설명회에는 전투복을 입고 참석한 전역 예정자 4명을 포함해 62명이 참석했다. 이날 강연에 나선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여러분은 정말 범상치 않은 생각을 가지신 분들입니다.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발휘해 멋진 대한민국을 만들어가기 바랍니다”라며 20대들의 애국심을 치하했다. SK그룹은 남북이 합의하기 전인 8월24일까지 전역 연기를 신청한 87명에 대한 채용의사를 밝혔다.
군(軍)입대가 취업만큼 힘들다고 한다. ‘하늘의 별따기’란 표현도 나온다. 청년실업 증가 등의 이유로 군입대 경쟁률이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예전에 비하면 고무적인 일이다. 국회 국방위 소속 정미경 새누리당 의원이 병무청 국정감사에 앞서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육·해·공·해병대 전체 입영경쟁률은 7.5대로 집계됐다. 이 시기 군입대를 지원했던 누적인원 63만427명 가운데 실제로 입대한 인원은 8만422명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 병무청은 1990년대 초반 높은 출생률로 병역자원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군대를 가지 않기 위해 요리조리 빠져나가는(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예전과는 다른 양상이어서 반갑다. 대학 2학년인 아들 녀석이 군입대를 위한 신체검사를 받고 현역 판정이 나와 다행이라고 할 때 대견스러웠다. 아들 녀석은 영장이 날라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지난달 20일에는 아들을 잃은 슬픔에 자살하려던 60대 남성을 뒤에서 끌어안은 채 위로하는 신입 여경의 사진이 SNS를 통해 퍼지면서 감동을 주었다. 주인공은 부산중부경찰서 남포지구대 소속 C순경. 신고를 받고 동료와 함께 현장에 출동한 C순경은 자갈치시장 부두 안벽에 걸터앉은 남성을 설득했다. 그러나 남성은 “아들이 먼저 세상을 떠나 살기 싫다”는 말만 반복했다. C순경은 서서히 다가가 남성을 뒤에서 끌어안으면서 “적적하실 때 딸내미가 돼 드릴테니 지구대로 찾아오세요”라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남성은 “고맙다”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C순경의 마음을 담은 설득이 한창 나이인 남성의 자살을 막은 것이다. C순경은 20대 새내기 여경이다.
얄밉도록 당돌하고 아이디어도 톡톡 튄다. 직장 상사 눈치 보지 않고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발표력도 뛰어나다. 회식자리에서는 분위기를 이끈다. 그렇다고 일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일도 똑 부러지게 한다. 요즘의 20대 새내기 공무원들이다.
대한민국의 20대들이 우리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편하게 살기보다는 옳은 일에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전우와 함께 나라를 지키겠다며 제대를 연기한 장병들, 군대는 가야한다면 입영을 기다리는 청년들, 자칫 상황이 잘못될 수 있는데도 따뜻한 말로 위로하며 60대 남성의 자살을 막은 여경,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똑 부러지게 일하는 공무원들. 2015년 대한민국 20대들의 모습이다. 이들에 있기에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