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엔 ‘외래어’·SNS엔 ‘신조어’ 홍수
간판엔 ‘외래어’·SNS엔 ‘신조어’ 홍수
  • 김동은 기자
  • 승인 2015.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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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제569돌 한글날 씁쓸한 자화상
일상 생활 속 ‘한글 파괴 현상’ 심각

한글날이 공휴일로 부활한 지 올해로 3년째를 맞으며 한글의 우수성과 독창성을 알리려는 각계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일생 생활 속에서 외래어·외국어가 무분별하게 남용되고 있는 데다 한글 파괴 현상도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한글날 제정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569돌 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오전 상가가 밀집한 제주시 연동 일대. 홍수 같은 외래어·외국어 간판들 속에서 순 한글 간판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실제 ‘부페(뷔페)’, ‘센타(센터)’ ‘바베큐(바비큐)’ 등 잘못된 외래어 표기는 물론 ‘이뿐집’, ‘쏨씨’ 등 맞춤법을 어긴 간판들이 거리를 점령하고 있었다.

더욱이 ‘빠충’(배터리 충전기) 등 표기된 내용으로는 무엇을 하는 곳인지 도통 알 수 없는 국적불명의 간판도 눈에 띄었다.

상당수 간판들이 중국어와 일본어 등 외국인 관광객의 편의만 고려하다 보니 오히려 한국인들이 불편을 겪는 등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회사원 송모(32·제주시 연동)씨는 “간판만 봐서는 무슨 업종인지 알기 어려울 정도”라며 “외래어·외국어 간판 홍수 속에 갈수록 한글 간판이 설 자리를 잃어 가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외래어·외국어에 익숙지 않은 어르신들은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양모(64·제주시 노형동)씨는 “가끔은 ‘여기가 과연 어느 나라일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했다.

10~20대를 중심으로 한글을 파괴한 무분별한 줄임말 사용도 심각한 실정이다. 처음 듣는 사람은 도무지 알아듣기 힘든 단어들도 적지 않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물론 일상 생활 속에서도 ‘낄끼빠빠’(낄 데 끼고 빠질 데 빠져라),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 솔까말(솔직하게 까놓고 말해서) 등의 신조어가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쏟아지는 신조어가 기존의 문법 체계에서 벗어난 것이 많아 한글 파괴를 가속화 시킨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도내 국어학 전문가는 “변형된 언어 등을 사용하면 언어의 본래 기능인 의사 전달 문제로 인해 국민 간 소통에 장애가 생길 수도 있다”며 “우리말 문화의 정체성도 잃어버릴 수 있는 만큼 가급적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우리말을 사용하고, 외래어는 표기법에 맞게 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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