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산 노지감귤이 공식 출하돼 첫 경매에 붙여진 6일 새벽, 서울 가락동 도매시장에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강제착색’으로 의심되는 감귤이 발견돼 한때 경매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당시 현장에 있던 농협 관계자가 반송(返送)조치를 건의했지만 먹혀들지 않았다. 이를 정책적으로 결정할 권한을 가진 공무원은 아예 그 자리에 없었다. 결국 해당 감귤은 미심쩍은 구석이 많았음에도 경매에 올려져 모두 처리됐다.
문제의 감귤은 제주시 소재 모 선과장을 통해 출하된 것으로 카바이드를 이용한 강제착색 의심을 받았다. 그런데도 이를 판별하고 결정할 담당 공무원이 없어 그대로 시장에 팔려나갔다. 물량으로 치면 6일 새벽 가락동 도매시장 경매를 거쳐 유통된 전체 42t의 3분의 1이 넘는 15t에 달했다.
소동이 있은 후 제주도가 부랴부랴 브리핑을 가졌다. 강제착색이 의심됐던 감귤을 확인한 결과, 카바이드를 이용한 인공착색이 아닌 출하지연에 따른 ‘자연 후숙(後熟)’이란 설명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도의 해명은 설득력이 없었다. 눈으로만 보고 내린 결론인 데다, 카바이드 사용여부 등을 규명하기 위한 최소한의 샘플마저 확보하지 못했다. 마치 ‘구렁이 담 넘어가듯’ 책임 회피에만 급급했다. 아니나 다를까, 도의 해명(解明)과는 다른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전체 물량은 아니지만 그 속에 상당량의 강제착색 감귤이 포함됐었다는 것이다.
이는 결코 단순하게 바라볼 문제가 아니다. 출하 초기 감귤의 품질과 이미지는 한해 감귤가격을 좌우하는 바로미터가 된다. 해마다 비상품 감귤 출하 억제를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제주도 농정당국은 겉으론 ‘감귤산업 혁신(革新)’ 운운하면서도 최소한의 대응력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음을 이번에 여실히 드러냈다. 공식 출하 첫 날임에도 정작 가락동 시장에서 관계공무원을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은 단적인 예다.
세계 1위의 자동차업체인 폭스바겐 그룹이 한순간에 무너질 처지에 놓인 것은 ‘양심불량’, 즉 소비자의 믿음을 저버린 결과다. 그러기에 자기 혼자만 살겠다고 활개치는 ‘얌체 상혼(商魂)’ 등을 철저하게 색출 근절시키는데 총력을 경주해야 한다. 작금의 폭스바겐 사태가 주는 값비싼 교훈을 제주감귤 농가나 농정당국도 자성(自省)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