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가요”
“도움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가요”
  • 김동은 기자
  • 승인 2015.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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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함께하는 제주’···청솔적십자봉사회
▲ 지난달 28일 제주시청 어울림쉼터에서 청솔적십자봉사회 회원들이 무료급식 봉사를 펼치고 있다.

“월요일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점심밥을 정성껏 지어서 주는 데 고맙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지 뭐···.”

추석 연휴 사흘 째인 28일 오전 10시30분 제주시청 어울림쉼터. 100여 명의 노인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고, 몇 분 후 쉼터 옆으로 ‘사랑의 밥차’가 떴다.

이날은 청솔적십자봉사회(회장 송옥희)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식사를 거르는 어르신들을 위해 실시하는 사랑의 무료급식 봉사가 있는 날이었다.

회원들은 밥차에 올라 음식과 식판을 들고 쉼터 안으로 옮기느라 분주했다. 그러더니 잠시 후 쉼터는 무료급식소로 탈바꿈했다.

메뉴는 갓 지은 쌀밥에 보기만 해도 침이 고이는 소불고기, 그리고 고소한 향이 가득한 호박전 등이었다. 회원들은 식판에 음식을 배식 받은 뒤 식탁에 앉아 있는 어르신들에게 전달했다.

음식이 담긴 식판을 건네 받은 한 어르신은 “추석 연휴에 이렇게 따뜻한 점심밥을 먹을 수 있는 것은 이들이 있기 때문”이라며 “맛있는 밥을 먹으니 절로 힘이 나는 것 같다”며 연신 고마움을 전했다.

1962년 6월 출범한 청솔적십자봉사회는 도내 봉사 단체 가운데 가장 오래된 단체 중 하나로, 현재 30여 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회원들은 도내 소외계층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오면서 복지서비스 향상에 기여, 지역사회에 귀감이 되고 있다.

실제 매주 월요일마다 대한적십자사 제주도지사에서 음식을 만든 뒤 제주시청 어울림쉼터에서 홀로 사는 노인과 노숙자 등 100여 명을 대상으로 무료급식 봉사를 펼치고 있다.

이를 위해 회원들은 월요일이면 다른 날보다도 조금 더 일찍 일어나게 되고, 발걸음도 저절로 제주적십자사로 향하게 된다.

▲ 청솔적십자봉사회 회원들이 어르신들을 모시고 1일 효도관광에 나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과거에는 홀몸 노인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노숙자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들에게 있어 어울림쉼터는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점심은 푸짐하게 제공되는데 이를 깨끗이 비우고 “조금만 더 달라”며 식판을 내미는 이들도 적지 않다. 때문에 음식을 남기는 경우는 거의 없을 정도다.

회원들은 무료급식 봉사와 함께 홀몸 노인 110여 명에게 직접 만든 밑반찬도 전달하고 있다. 밑반찬 배달에는 다른 봉사 단체 회원들도 함께 한다.

재가 어르신 가정을 방문해 밑반찬과 생필품을 전달하는가 하면 흥겨운 국악 공연 등도 펼치고 있다. 좋은 공연을 선보이기 위해 바쁜 와중에도 정기적으로 모여 연습을 하고 있단다.

또 1년에 한 번은 평소 지리도 문화도 낯설어 쉽게 나들이를 하지 못하는 다문화가정과 함께 나들이 시간을 보내며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고 있다.

여기에 지난 5월 제주에서 열렸던 ‘제9회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와 ‘제44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도 선수들이 안정적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제95회 전국체육대회’ 당시 경기장 안내, 청소 등 대회의 성공 개최를 위해 숨은 곳에서 땀을 흘리기도 했다.

갑자기 급한 봉사 활동을 위해 소집을 한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회원들이 모인단다. 그만큼 봉사에 대한 애착과 열정이 넘친다는 얘기다.

회원들의 봉사가 지속되면서 주변에서 도움을 요청해오는 일도 잦아졌다. 봉사 요청이 들어오면 아무리 바쁘더라도 시간을 쪼개 도움을 주고 있다.

이 때문에 7일부터 11일까지 제주시 탑동광장 일대에서 열릴 예정인 ‘제54회 탐라문화제’ 거리 퍼레이드 공연 진행을 위한 도움 요청도 회원들에게 가장 먼저 들어왔다고 한다.

현재 회원들은 매월 1만원씩 회비를 모아 봉사 활동에 나서고 있으며, 귤이나 키위 따기 등 다양한 수익 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청솔적십자봉사회의 정원은 정해져 있다. 특히 가입하려면 만 50세 이상으로 직장이 없어야 하고, 다른 봉사 단체에서 중복 활동을 해서도 안 된다.

이처럼 까다로운 가입 기준을 두는 것은 평일에도 꾸준히 봉사에 나서는 데다 단발성 활동이 아닌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게 회원들의 설명이다.

최근 청솔적십자봉사회는 경사를 맞았다. 전국 1만3000여 명의 적십자 봉사원들이 참가한 가운데 지난 2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8차 전국 적십자 봉사원 대축제’에서 회원들이 상을 받은 것이다.

김영진 회원이 적십자 봉사원이 받을 수 있는 영예로운 상인 적십자 봉사원 대장(大章)을 받았고, 송옥희 회장과 송봉아 회원도 각각 통일부 장관상과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봉사를 ‘천직’으로 여기며 살아온 이들에 대한 의미있는 훈장이었다.

송옥희 회장은 “봉사는 시간이 나서 하는 게 아니라 시간을 내서 하는 것”이라며 “한 번 시간을 내서 한다면 완전히 다른 세상이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 회장은 이어 “선배님들이 길을 잘 닦아놓은 만큼 그 발자취에 흠집이 나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며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 봉사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연희 대한적십자사 제주도지사 구호복지팀 과장은 “청솔적십자봉사회원들은 인도주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면서 어려운 이웃의 아픔을 덜어내고 희망을 만드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 송옥희 청솔적십자봉사회장

“하면 할수록 더 하고 싶어져 마음 속 채워지는 보람 뿌듯”

송옥희 청솔적십자봉사회장은 “하면 할수록 더 하고 싶어지는 게 봉사인 것 같다”며 “바쁜 시간을 쪼개 봉사를 하는 만큼 가득 채워지는 보람을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송 회장은 이어 “봉사를 하다 보면 선뜻 꺼내지 못하는 얘기를 회원들이 먼저 해주기도 한다”며 “무슨 일이든 먼저 나서서 해주는 회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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