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대표 식충식물…습지 건전성 ‘바로미터’ 역할
제주의 대표 식충식물…습지 건전성 ‘바로미터’ 역할
  • 제주매일
  • 승인 2015.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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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신 연구사의 제주식물이야기
<19>통발과 자주땅귀개
▲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에 위치한 통발 서식지.

스스로 광합성(산소로 변환시키는 작용)을 하면서도 작은 곤충에서부터 비교적 작은 동물까지 포식해살아가는 식물을 식충식물이라 한다. 식충식물은 전세계적으로 9개과에 약 500여종이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취미삼아 다양한 종류를 키우는 경우도 있으며, 어린이들에게 가장 호기심을 유발하는 존재이기도하다.
식충식물은 동물을 포획하는 방법에 따라 구분하는데 포충낭형, 덫형, 끈끈이형, 덫함정형, 민통발형 등이다. 제주도에는 통발과 자주땅귀개 등 2종류의 식충식물이 분포하고 있다.

▲ 통발.

제주도에 자생하는 식충식물로는 통발속(Utricularia)에 2종류가 분포하고 있다. 저지대의 연못에 자라는 '통발'이라는 식물이 있고, 주로 고산습지에 자라는 '자주땅귀개'라는 식물이 있다. 마을주변이나 방목지 주변에 있는 연못 등 생육하는 통발은 어느 정도 물이 고이고 흐름이 있는 연못에서 주로 자란다. 반면 1100습지 같은 고산습원에 자라는 자주땅귀개는 소형으로 물이 고여있는 장소보다는 지면을 따라 물의 흐름이 있는 곳에 자라는 차이가 있다.

또한 두 식물 중 통발은 뿌리가 없이 사실상 부유하게 자라며, 자주땅귀개는 지생형으로 땅에 뿌리를 두고 자라는 차이가 있다. 식충을 하는 포충대(抱蟲袋, 벌레잡이 주머니)의 위치도 다른데, 통발은 작은 곤충 등을 포획하는 포충대가 잎에 달려있고, 자주땅귀개는 포충대들이 뿌리에 있다. 번식에 있어서도, 통발은 열매가 형성되는 경우가 거의 없고 영양번식을 하며 땅귀개는 영양번식과 종자번식을 한다.

통발은 제주도내에서도 주로 서쪽에 있는 습지에 주로 자란다.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동백동산의 먼물각은 좀 예외적이긴 하지만, 이 지역도 과거에는 없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아마도 물이 고이는 것은 같지만 물의 흐름이 많은 지역이 보다 확실한 생육지로 보아진다. 다시말해서 주변에 용출수가 있어 습지내 물의 유입과 유출이 원활한 지역이 중요한 요소로 판단해 볼 수 있다. 통발이 자라는 대표적인 자생지로는 용수저수지 주변이 잘 알려져 있지만 자연연못의 정비나 매립 등이 늘어나면서 대규모의 자생지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 통발 포충대.

통발은 수면이나 수면아래에 그물망 같은 잎을 늘어뜨리고 자라며, 한여름이 지나면서 꽃줄기가 수면위로 올라오고 8월에서 9월 사이에 노란색 꽃을 피운다. 통발의 포충대는 이 가느다란 그물망 같은 잎들 사이에 위치한다. 깨알정도의 크기인 포충낭은 자세히 보면 검게 보이는 것과 초록색인 것 등이 혼재돼 있는 경우가 있는데, 전자는 이미 식충을해 소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고 초록색의 경우는 소화가 다 되고 이제 식충을 하기 전 상황이다. 통발의 포충하는 방식은 파리지옥 같은 포획형이나 벌레잡이제비꽃 같은 끈끈이형과는 구별이 된다.

포획형인 통발의 포충을 하는 방식은 극히 자그마한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매우 신기한 활동이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포충낭의 내부는 진공상태로 작은 벌레들이 두드리거나하면 물과 함께 빨려 들어가는 형태로 포획을 하는 방식이다. 포충낭의 입구나 내부에는 여러 종류의 감각모들이 있어 유인 물질이나 소화에 필요한 물질들을 분비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뿌리의 기능이 거의 없는 통발은 오로지 이 포획을 통하여 외부로부터 영양분을 공급받고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한편 통발보다는 식물체의 크기가 소형인 자주땅귀개는 숨은물뱅뒤나 1100습지 같은 고산습원에 자라며, 국내에서는 멸종위기야생식물2급종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기도 하다. 땅귀개종류들은 꽃이 지고 남은 열매를 덮은 꼬투리의 모양이 귀이개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뿌리주변에 형성된 포충대를 이용하여 포충을 하기도 하며, 아주 자그마한 꽃을 피워 열매를 맺고 질긴 생명력을 이어가지도 한다.

▲ 자주땅귀개.

통발과 같은 식물은 수생식물이라 겨울나기도 독특하다. 여름동안 충분한 포식?을 한 후 가을 이후에는 기존의 잎은 하나씩 누렇게 변하기 시작하고 자연스럽게 흩어지게 된다. 그러나 생장의 정점인 줄기의 끝부분은 점점 뭉쳐져 단단한 방울처럼 되는데, 이것이 월동아로 무게가 충분해지면 수면 아래로 떨어져 겨울을 나게 된다. 수생환경에 적응한 방식으로 몇몇 수생식물도 이와 비슷한 겨울나기를 한다.

통발이나 자주땅귀개 같은 식충식물은 저지대나 고산지대의 습지를 기반으로 해서 자라는 식물이다. 이러한 식충식물 중에는 멸종위기식물로 지정되어 관리되는 경우도 있지만, 특성상 종에 대한 보호뿐만 아니라 자생지에 대한 보호가 수반돼야 하는 특징이 있다. 즉, 식물종 자체뿐만 아니라 살아가는 기반인 습지가 온전하게 잘 보존되어야만 생육할 수 있다는 전제조건을 달고 있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식충식물의 분포는 해안에서부터 한라산 고산지역까지 분포하는 습지들의 종다양성을 높여주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또한 그 규모는 작을 수 있지만 습지의 내부에 숨겨진 특이한 방식의 소생태계로 전반적인 습지의 건전성이나 안정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특징도 있다. 작은 식물하나가 생태계의 클래스를 변하게 만들기도 하는데, 통발이나 자주땅귀개 같은 식충식물이 그런 존재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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