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 국가중요어업유산 등재 위한 제언
제주해녀 국가중요어업유산 등재 위한 제언
  • 강 승 진
  • 승인 2015.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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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사회문화적 등 다양한 가치
세계무형·농업유산도 동시 추진

최근 세계적으로 환경변화와 경제발전에 따라 농업·농촌 정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종전에는 생산량 증대, 품종 개량 등에 비중을 두었으나, 근래에는 농촌의 경쟁력과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을 두고 있다. 즉, 농촌이 보유하고 있는 잠재 자원의 발굴과 활용을 통해 다원적 기능으로 불리는 농업·농촌 가치의 재발견과 지속가능한 이용의 토대를 닦자는 것이다.

그러한 노력 가운데 하나가 국제연합(UN) 전문기구인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가 주관으로 2002년에 창설한 세계중요농업유산 제도다. 우리나라에서도 2013년 국가농어업유산 제도를 도입했다. 농어촌 자원을 유산으로 지정하여 보전체계 구축과 함께 지역 브랜드 및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제주지역은 현재 유네스코 자연과학 3분야(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와 FAO 세계중요농업유산인 제주밭담 농업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제주해녀가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된다면 그 시너지효과는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해녀는 산소를 공급하는 장치 없이 무자맥질하여 해산물을 채취하는 ‘물질’을 직업으로 하는 여성으로 잠녀(潛女)나 잠수(潛嫂)라고도 부른다. 전 세계적으로 널리 퍼져 있으나, 직업인으로서 잠수하는 사람은 한국과 일본에만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주도내 100개 마을어촌계에 소속되어 있는 해녀는 지난해 기준 4415명이다.

제주해녀는 제주의 척박한 환경을 극복해온 제주여성의 강인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제주해녀의 노동력은 어려웠던 시절 가정경제는 물론, 지역경제를 이끌어왔던 소중한 자산이었다. 국가 및 세계중요농업유산 지정기준인 역사성, 사회문화적 특성, 전통어업 기술 및 지식체계를 제주해녀는 지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식량 확보, 생물다양성 보전, 어장 및 조직관리, 독특한 어업시스템 등 여러 면에서 현대적 가치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그런 만큼 제주해녀의 국가중요어업유산 및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서의 가치는 충분하다. 하지만 작업 환경의 어려움 등에 따른 ‘기피’ 현상으로 해녀의 급격한 고령화와 함께 그 수가 매년 감소하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국가중요어업유산 제도는 해양수산부에서 맡고 있으며, 현재 최초로 지정할 종목을 준비 중에 있다. 올해 11월경에 신청 및 심사가 시작될 전망인 만큼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본다. 우선 제주지역의 국가 및 세계중요농업유산인 ‘제주밭담 농업시스템’ 등재과정을 탐색하고 그 노하우를 활용하여 제주해녀의 국가어업유산 지정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라 판단된다.

두 번째, 제주밭담 농업시스템의 국가 및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에 따른 사후조치의 하나로 제정된 ‘농어업유산 보전·관리조례’에 따라 ‘제주특별자치도 농어업유산위원회’가 구성·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이를 활용하여 제주해녀의 국가어업유산 지정작업을 보다 체계적으로 추진해나갈 필요가 있으며, TF팀의 조기 구성도 요구된다.

세 번째, 국가농어업유산 지정에 필요한 기준 사항을 토대로 사전 준비 작업에 착수하여 국가어업유산으로서 제주해녀의 가치를 다각적이면서도 명확히 보여줄 수 있는 신청서 작성이 이뤄져야 한다. 유산 지정에는 체계적인 보전·관리를 토대로 지역민들의 참여와 소득창출 등 유산과 연계한 활용방안이 중요한 평가요소로 작용한다. 따라서 제주해녀의 국가중요어업유산 지정을 위한 차별화된 논리 개발을 통해 체계적인 보전·관리계획의 제시와 입체적인 활용방안 도출도 이뤄져야 한다.

끝으로, FAO 세계중요농업유산과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 등재를 병행 추진하는 투-트랙(Two-track)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제주해녀문화가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 등재는 해녀문화의 세계적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고, FAO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는 해녀문화의 실질적인 보전·전승의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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