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1년 만에 발병(發病) 난 ‘협치’ 
고작 1년 만에 발병(發病) 난 ‘협치’ 
  • 백 승 주
  • 승인 2015.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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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정-시민단체 간담회 성과 없어
도민과 소통 없는 불통행정 지적
협치 정착되지 않았다는 방증 

협치 행정의 유용성 논의는 활발
개념 모호 개혁구호 전락 우려도
신뢰 쌓아 장점 살려 정상화됐으면 

최근 제주도 민선6기 원희룡 도정과 시민단체간의 정책간담회가 열렸고, 여기서 외국의료기관 문제와 유원지 개발 사업에 대한 의견조율이 있었다. 그런데 결과는 서로의 입장만을 확인한 채 별다른 성과 없이 마무리됐다는 전언이다.

이 자리에서 도정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소통’을 강조한 반면, 시민단체들은 ‘제주도정이 도민과 소통 없는 불통행정’을 펼치고 있다며 날선 공방을 있었던 이어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아직 제주행정에서 협치가 정착되지 않았음을 방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협치 행정의 유용성에 대한 논의가 이론적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특히 협치 개념 자체가 그 모호함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다 보니 구체적으로 이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신랄한 비판이 제기되기 일쑤다. 즉, 행정의 주관적 판단이 크게 작용하는 가운데 개념상 그럴 듯 해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음과 같은 여러 문제 내지 한계상황으로 인하여 속수무책이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첫째로 지방정부가 행정 실무적으로 협치 체제를 과감하게 제시하고 이를 실천에 옮기게 되면, 이어서 이 체제의 유용성이 부각되어 지역 언론들의 보도나 일반 행정조직이 이를 새로운 변화의 상징으로 감을 잡아 보통명사처럼 사용하게 되면 협치 체제가 마치 개혁의 구호 내지는 수사(修辭)로 호도될 수도 있다.

둘째로 통상적인 협치 체제의 운영은 구성원 간의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바, 특정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회의 등에서 상호신뢰가 깨지는 경우 대등관계의 체제가 일시에 와해되면서 소통혼란에 빠질 우려가 있다. 특히 신뢰관계가 조성됐으나 투명성과 윤리성이 확인되지 않을 경우 협치 체제가 행정과 이익집단간의 유착관계로 빠져들거나 아니면 행정이 오히려 규제 대상인, 예컨대 투자기업 등에 포섭되어 이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율배반의 모순을 드러낼 수도 있다.

셋째로 경우에 따라서는 협치 체제가 그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하지 않음만 못한 유연한 구조와 운영체제로 전락할 수 있다. 예컨대 제주자치도의 고정된 틀의 협치 체제가 특정시점에서 특정개발을 둘러싼 환경의 급변에 걸맞게 이 체제가 정상기능하지 못할 경우 이 체제의 유용성은 무용의 탁상공론에 의한 허상(虛想)에 불과할 수도 있다.

어떻든 협치 행정은 남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지기에 충분한 이슈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이 협치 체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만 하면, 여러 가지 문제 또는 한계상황이 드러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제주개발과정에서 드러난 관료체제의 역동적인 대응력 부족이나 시장의 무책임성 등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제주개발이 이해당사자 상호간의 내실 있는 협력 또는 협의 과정을 보다 강화시켜 나간다는 점에서 종전과 달리 도민의 이익을 최우선하는 제주개발 여정(旅程)이 활짝 열릴 수도 있다.

특히 제주개발이 토지자산의 매각을 통한 관광위락시설물 개발이거나 여차하면 자연환경훼손을 초래할 수 있는 제반 시설물 개발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그 폐해를 보다 최소화 시켜나갈 수 있고, 점진적 제주개발을 지향할 수 있는 행정수단으로서 그 유용성은 높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은 듯하다.

도정 취임 후 고작 1년여가 경과한 현시점에서 보건대, 당초에 기대했던 협치 행정의 모범은 크게 부각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행정일방주의가 판치는 형세가 뚜렷해 보인다. 게다가 위에서의 협치 행정의 문제 내지 한계상황도 현실화되는 추세가 역력해 보인다.

그렇더라도 이 생소한 협치 체제가 서로 양보하고 신뢰를 쌓아 장점을 크게 살리는 방향으로 정상화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문제가 되는 다양한 현안을 해결하는데 유용한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앞서 언급한 문제 내지 한계상황을 최소화시켜 나가는데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데는 재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아울러 제도적으로는 협치 운용에 대한 보완적 안전장치 마련에도 소홀함이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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