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계속 달릴 수 있었으면”
“아들이 계속 달릴 수 있었으면”
  • 문정임 기자
  • 승인 2015.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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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매일 -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키다리아저씨’ 캠페인
<5> 서귀포온성학교 강상필 군
▲ 강상필 군의 어머니는 달리기를 좋아하는 상필 군이 행여 밖에서 길을 잃을까 아들의 인적사항과 사진이 담긴 전단을 만들어 인근 주민과 버스기사 등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장애 자녀를 둔 모든 부모의 바람은 아이가 사회 구성원으로 무사히 안착해 살아가는 것이다. 훗날 부모가 떠난 뒤에도 천덕꾸러기가 되지 않도록 말이다.

강상필 군(16) 어머니의 바람도 같다. 가난하고 바쁜 와중에도 자폐성 장애를 가진 아들을 하루도 마음 편할 날 없이 정성을 다해 돌봐왔지만 이제는 엄마의 역할에 한계가 왔음을 느낀다. 180cm가 넘게 성장한 아들. 큰 키 만큼 힘도 세어졌다. 그래서 아들이 어렸을 때 만큼이나 엄마의 걱정이 다시 커졌다.

상필이는 온성학교 중학교 과정에 다니고 있다. 올해로 열여섯. 달리기를 좋아해 마라토너를 꿈꾸는 소년이다. 길쭉한 얼굴에 순한 눈을 보고 있으면 다섯살 어린 아이의 표정처럼 천진난만하다는 표현이 저절로 떠오른다. 

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다섯살 무렵이었다. 상필이가 달리기를 잘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이 즈음이었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더는 맡기 힘들다며 장애아동어린이집에 가볼 것을 권했는데 이 곳에서는 아이들의 에너지를 소모시키기 위한 교육의 하나로 달리기를 권하고 있었다. 상필이는 잘 하는 축에 속했다. 어린 나이였지만 하루 4~5시간씩 2.5km를 왕복했다. 초등학교때에는 마라톤부에서 뛰기도 했다. 아들의 즐거운 모습을 보며 엄마도 한시름 놓았다.

하지만 초등학교 졸업 후 진학한 특수학교에는 마라톤부가 없었다. 엄마 역시 돈벌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아들과 마냥 뛸 수는 없는 처지다.

상필이는 산만한 가운데 한두가지에 집중하는 특성도 함께 가졌다. 카레를 좋아하고 달리기를 좋아하는 것이 그런 예다. 카레를 좋아하는 것은 어릴 적 가난한 형편 때문에 3분 카레만 데워 먹던 버릇에서 생겨난 식습관이다. 한 번 좋아한 음식을 지금도 계속 찾고 있다. 지난달 24일 상필 군의 방을 찾았을 때에도 방 한켠에는 요즘 즐겨먹는다는 과자 한 종류가 바구니에 수북히 쌓여있었다. 여기에 달리기까지. 상필이가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집중하는 몇 가지다.

지금도 상필이는 뛰고 있다. 주말이면 살고 있는 서귀포시 서홍동에서 혁신도시를 지나 외돌개까지, 어떤 날은 중문까지 적게는 5시간에서 9시간을 뛰고 돌아온다.

"보낼 때마다 걱정이죠. 나쁜 일을 당하지는 않을까. 길을 잃지 않을까. 하지만 집에만 있게 할 수는 없으니…"

지금 엄마는 상필이와 함께 뛰어줄 멘토를 찾고 있다. 마라톤 동호회도 좋고, 상필의 실력을 판단해 선수로 육성해줄 코치여도 좋다.

"상필이를 키우면서 아이가 길을 잃을 것을 우려해 얼굴과 인적사항이 담긴 종이를 버스 기사들에게 일일이 나눠 줘보기도 하고, 매일 손 잡고 함께 뛰기도 하고 많이 노력했는데…이제부터 상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제가 해 줄 수가 없는 부분인 것 같아 마음이 아프네요."

상필이의 잠든 얼굴을 보고 있으면 더 아플 곳 없을 것 같던 가슴 한 켠이 또다시 아려온다. 어딘가에 상필이의 손을 잡아줄 사람은 없을까. 상필이와 함께 가쁜 숨을 몰아쉬며 세상을 살아갈 용기를 줄 이는 정말 없을까. 문의=753-3703(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주지역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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