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6.5 제주도지사 선거에서의 최대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인사권 문제다.
인사권 문제는 관선과 달리 95년 6.2 지방선거부터 98년 6.4선거, 2002년 6.13지방선거까지 민선이후 10년간 ‘도지사가 누가 되느냐’를 놓고 공직사회뿐 아니라 도민사회까지 공무원 선거개입을 통한 줄서기와 편가르기를 양산, 갈등과 반목을 조장한 핵심 사안이기 때문이다.
인사는 한 조직을 움직이게 하는 가장 중요한 엔진이다. 이 엔진의 가동여부가 바로 인사에 달려있다. 그러나 이 인사권이 누가 되느냐에따라 반대입장에 있던 공직자는 가차없이 잘려 나갔고 한직으로 쫓겨갔다. 반대로 호의를 보인 공직자에 대해서는 승진반열에 오르는 등 많은 특혜를 받아 왔던게 사실이다.
한나라당 김태환 후보와 열린우리당 진철훈 후보가 6.5도지사 재선 공약의 첫 번째로 그동안 도민사회의 반목과 갈등의 원인을 제공했던 이른바 전 지사인 우근민-신구범 시대의 막을 고하고 도민대통합을 이루겠다는 바로 이 때문이다.
도민대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인사권 전횡문제가 최우선 해결 과제다. 공무원 인사의 공정성은 도민화합의 첫 걸음이자 상징적인 정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나라 김태환 후보는 지난 18일 선거사무소 현판식에서 이례적으로 ‘공무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인사위원회에 공무원직장협의회, 시민사회단체 추천인사 참여를 통한 인사의 객관성과 공정성, 투명성 확보
△상대 후보측 인사 또는 정당관계자, 시민단체, 여성단체, 종교인, 학계인사 등 다방면의 인사로 구성된 정무부지사추천위원회(인사청문회) 구성 △선거기간중 호의여부를 떠난 인사 단행(특혜 및 불이익 배제)
△제주도와 시군간 공무원 인사교류 대폭 확대 등을 약속했다. 김 후보는 또 중요부서와 직위에 대한 공개모집제 도입, 실국장 책임행정체제 구축, 비정규직 일용직에 대한 정규직화 점진적 추진 등의 성과지향적 인사제도의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김 후보가 약속한 인사 공약가운데 가장 파격적인 것은 정무부지사 자리를 선거운동과 연계시키지 않고 인사청문회를 통해 임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지방선거에서 러닝메이트로 활약했던 주요 인사들을 배제시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논공행상의 인사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번 선거에서 김 후보를 지지, 선거진영에서 활약하고 있는 정관학계 출신의 주요 인사들이 배제될 것이냐에 대해서는 의문의 소지가 많다. 또한 특혜 및 불이익을 배제하겠다는 공약의 실천여부도 아직까지는 불투명하다.
지금까지 민선 자치단체장들이 내놓은 인사공약은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정책이었다. 그러나 막상 도지사에 오르고 나면 이른바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옛 속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또한 김 후보가 내놓은 인사 공약가운데 도시군간 인사교류 확대와 실국장 책임행정체제 구축은 이미 시행되고 있는 시책이다. 여기에 공무원직장협의 자유로운 활동보장도 과연 그 활동범위가 어디까지냐가 문제다. 여기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입장표현이 없는 상태다.
열린우리당 진철훈 후보의 인사정책 공약 역시 도민대통합에 맞춰져 있다.
진 후보는 우선 △도민대통합을 위한 전담부서 설치 △공정한 인사원칙 추진 △NGO와의 협력을 위한 제도적 지원체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진 후보는 공정한 인사원칙을 위한 △인사선정위원회를 통한 인사의 공정성 확보 △제주도, 지방의회, 민간 및 사회단체의 참여를 통한 인사의 투명성 확보 △전문직 분야에 대한 개방직 공무원 모집제 도입 △공무원 성과평가의 공정성 확보와 업무별 인센티브 지급 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진 후보가 도민대통합을 위해 내놓은 인사정책은 상대 후보의 공약과 거의 흡사하다. 문제는 인사선정위원회를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관건이다.
진 후보는 인사선정위원회와 관련 도의회와 민간 및 사회단체를 참여시키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이는 상대후보와 같은 인사맥락이다. 그런 면에서 차별성은 없다.
진 후보는 상대후보와 달리 정무부지사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한 적이 없다. 이와 관련 주변에서는 “이미 진후보측 러닝메이트로 활약하는 한 인사가 내정됐다”는 설이 파다한 실정이다. 이에 대해 진 후보측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진 후보가 내놓은 인사 공약가운데 전문직 분야에 대한 개방직 공무원 모집제 도입은 이미 제주도에서 시행하고 있는 시책가운데 하나다. 제주도가 이미 사법연수원 또는 사법연수생 출신의 전문직을 5급 사무관으로 임용,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공무원 성과평가의 공정성 확보와 업무별 인센티브 지급 확대 역시 이미 시행하고 있는 시책의 하나다.
진 후보가 도민대통합을 위해 제시한 인사공약은 사실상 민간사회단체 등이 참여하는 인사선정위원회를 통한 인사의 공정성 확보가 대원칙인 셈이다.
문제는 김-진 두 후보가 내놓은 도민대통합을 위한 인사공약의 실천여부에 달려 있다. 지금으로서는 어떤 결과도 도출해 낼 수 없다.
도민사회에서는 “도민대통합의 가장 큰 전제는 그동안 문제가 돼왔던 인사의 공정성과 투명성, 그리고 객관성 확보에 있다”면서 “이를 놓고 볼 때 김-진후보의 공약은 별반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편 제주도청 일각에서는 “민선 1,2,3기 선거때와 달리 공직자 줄서기는 거의 사라진 것으로 보아진다”면서 “그러나 예전 선거가 ‘선거기간 줄서기 고착화’라면 이번 선거는 ‘당선후 줄서기 형성’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