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의원 34명이 ‘유원지 특례 도입을 위한 제주특별법 개정안 조속 통과 결의안’을 공동으로 발의했다. 이들은 지난달 24일 결의안을 통해 “대법원 판결은 비단 예래휴양형주거단지 뿐만 아니라 도내 다른 유원지개발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의원들은 “만약 제도개선이 무산될 경우 예래휴양단지 투자자는 철수를 고려하게 되고, 이는 결국 제주도에 엄청난 재정적 부담을 안기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치 대법원의 ‘잘못된 판결’로 인해 제주의 관광개발사업이 위축되는 등 큰 피해를 입고 있다는 투로 들린다.
참으로 실소(失笑)를 자아내게 하는 주장이다. 도의원들이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몰라도 대법원 판결의 요지는 단순 명료하다. ‘유원지 지정에 근거해 토지수용을 하고 영리추구 사업을 벌이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사실을 제주도나 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모를 리 없건만 애써 외면했다는데 있다.
이는 원희룡 지사도 인정한 바 있다. 원 지사는 대법 판결 후 “행정의 오차범위를 벗어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돌이킬 수 없는 과오다”라고 도정의 잘못을 공식 시인했다. 이어 “토지수용과정 등에서 주민 입장을 반영할 수도 있었다”며 “2심 판결 당시 애써 외면했던 행정의 불감증(不感症)과 행정 편의주의는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토로했었다.
이 같은 사실을 의원들도 모르진 않을 것이다. 대법원 판결은 관련 법마저 무시한 채 ‘개발지상주의의 망령(妄靈)’에 사로잡혀 휘둘림을 당해 온 도와 JDC에 대한 엄중한 경고이자 제동이었다.
그런데도 도의회는 근원적인 잘못은 제쳐두고 ‘개발만이 살길이다’며 편법(便法)에 발벗고 나섰다. 이는 도정을 견제하고 도민을 대변하는 스스로의 존재를 망각한, 실로 어처구니 없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예래휴양단지가 잘못될 경우 제주도에 엄청난 부담이 될 것임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현실이 그렇다면 좀 더 솔직하게 과오를 반성하고, 진정성으로 도민들과 토지주들을 설득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려울 때일수록 편법보다 정도(正道)를 걸어야 한다. 그것은 대규모 개발사업도 예외일 수는 없다. 때문에 설혹 특별법이 개정된다 하더라도 예래단지에 국한된 ‘원 포인트’이어야지, 향후 ‘개발편의’로 악용(惡用)되어선 결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