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秋夕)을 앞두고 서귀포경찰서(서장 유철)가 아주 뜻 깊은 자리를 마련했다.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추석맞이 탈북자 합동 차례지내기 및 북한음식 나눔행사’가 바로 그것이다.
차례(茶禮) 의식은 경찰서 보안계 신변보호관들이 삼헌관(초헌·아헌·종헌)을 맡아 거행했다. 서귀포시에 거주하는 북한이탈주민 10여명이 차례로 나서 술잔을 올리고 절을 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북녘 고향에 계신 부모 형제와 조상님들, 이곳 남녘에서 추석 인사를 드립니다. 부디 평안하세요”란 말 속엔 절절한 그리움이 담겨 있었다.
탈북자 중 성악을 전공한 한 사람이 ‘홀로아리랑’을 구슬프게 부르자 삽시간에 눈물바다로 변하기도 했다. 북녘에 두고 온 부모와 친지 생각에, 남북(南北)으로 갈라진 분단(分斷)의 현실이 새삼 처연하게 느껴진 탓이었을 거였다.
차례를 지낸 후엔 북한의 전통 음식들도 나눠 먹었다. 평양만두전골을 비롯 분탕잡채와 아바이순대 등이 맛을 돋우고 잊혀져가던 추억을 되살렸다.
이번 행사엔 보안협력위원회(위원장 강신보)와 민주평통서귀포시지회(지회장 이경용)의 도움이 컸다고 한다. 서귀포경찰서 관계자는 “고향에 갈 수 없는 북한이탈주민들이 그리움을 달래고, 지역사회에 조기 정착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는 뜻에서 이번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결실의 계절에 맞이하는 추석의 진정한 의미는 ‘나눔’에 있다. 우리 주위에는 사회 양극화(兩極化) 등의 영향으로 생활고나 정신적 고통을 겪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이번 만큼이라도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찾아 따뜻한 정(情)을 나누는 명절이 됐으면 좋겠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을 느낄 수 있도록….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