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택시장 과열 이젠 제주의 현실
집의 의미 되돌아보는 추석 기대
소위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는 다소 상투적인 표현으로 언급되는 ‘추석’이 바로 코앞이다. 올해는 추석이 일요일이어서 대체공휴일까지 더해지며 나흘간의 추석연휴가 생겼다. ‘빨간날’을 낙으로 삼는 샐러리맨들에겐 즐거운 일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그것도 그냥 휴식이 아니라 가족들이 모처럼 함께 하는 명절이기 때문이다.
지금쯤이면 부모님 선물도 장만했고, 제사에 쓸 과일들도 튼실한 놈으로 골라두었을 것이다. 또 고향집에 다녀올 생각에 피곤하기도 하지만 설레는 마음도 갖는다. 매해 반복되는 명절 풍경이지만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하는, ‘행복’이라 부를 수 있는 모습들이다.
이러한 명절 풍경을 얘기할 때 우리는 ‘가족’을 만나러 간다고 하기 보다는 ‘고향집’에 다녀온다는 표현을 더 자주 사용한다. ‘집’은 주거공간에 불과하나, 가족이 함께 추억을 쌓는 매개체가 되면서 은연중에 ‘가족’과 ‘집’을 동일시하게 되는 것이다.
아직까지도 언론에서는 “내 집 마련까지 몇 년이 걸린다”라는 식의 뉴스를 비중 있게 다룬다. 한국 사회에서 내 집 마련까지 걸리는 기간은 ‘소득수준 향상’과 소위 ‘중산층’에 편입될 수 있는 노력의 시간을 가늠하게 하는 중요한 잣대가 되곤 한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집이 갖는 의미가 주거의 안정에서 벗어나 자산 증식의 수단이 되면서 ‘부동산 불패 신화’가 형성됐으며 ‘돈 없는 사람의 집 갖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부동산 불패 신화와 내 집 마련의 어려움이 제주에서 집약적으로 표출된 사례가 최근의 ‘아파트 고분양가 논란’이라 할 수 있다.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내에 건설되는 아파트 분양가가 제주시 도심권에 비해 저렴한 택지비에도 불구하고 도내 최고가에 근접하게 책정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역사회 내에 많은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시장경제에서 수요가 공급에 비해 많으면 가격은 오른다. 분양가가 높게 책정되는 이유는 아파트 건설업체의 이윤추구와 함께 폭발하고 있는 제주도의 주택수요도 한 몫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의 주택보급률은 2014년 기준 111.0%다. 1가구당 1주택이 수치상 실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주택수요가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아파트 고분양가 논란’을 야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주거 점유형태별 실태조사 자료(2014년)에 따르면 전체 가구수(19만4910호) 가운데 자가는 56.2%(10만9572호), 전세·월세·사글세 등은 43.8%(8만5338호)를 차지하고 있다.
제주의 주택수요는 전·월세 및 사글세 가구의 ‘내집 마련’ 수요에 더해, 이미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가구가 또 집을 사려는 수요가 더해 형성되고 있다. 그 간 제주에서는 낯설게 바라보았던 주택시장 과열이 바로 우리 삶의 공간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집의 개념이 소유가 아닌 거주로 변화하고 꼭 집을 사야한다는 인식이 옅어지고 있다고는 하나, 제주에서는 여러 목적에 따른 ‘소유’ 열풍이 불고 있다. 과연 제주에서는 부동산 불패 신화가 계속될 것인가.
내 몸 하나 뉘일, 내 가족이 함께 지낼 방 한 칸만이라도 있기를 간절히 고대했던 시절은 그렇게 먼 과거가 아니다. 투기 대상이 돼가는 주택 시장의 현실에서 그 시절의 바람을 상기해봐야 한다. 김사인 시인의 ‘지상의 방 한 칸’이라는 시 한 구절로 집의 의미를 다시 되돌아 볼 수 있는 추석이 되길 희망한다.
“몸부림치다 와 닿는 둘째 놈 애린 손끝이 천근으로 아프다. 세상 그만 내리고만 싶은 나를 애비라 믿어 이렇게 잠이 평화로운가. … 초라한 몸 가릴 방 한 칸이 망망천지에 없단 말이냐. 웅크리고 잠든 아내의 등에 얼굴을 대본다. 밖에는 바람소리 사정 없고 며칠 후면 남이 누울 방바닥 잠이 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