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0년대 주민주체 개발 목소리
결과는 난개발·부동산위주 투자
‘우선적 책임은 우리’ 반성
사회적경제 자본주의 대안적 개념
자생적 경쟁력 미흡 제주에 필요
지원 시스템·소비시장 구축돼야
지금 세계는 시장중심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점이 심화되면서 소득 불평등과 계층적 양극화, 고용 없는 성장, 저임금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증가 등을 가져오고 있다. 제주의 경우도 크게 다를 바 없다. 기존 국제자유도시 전략은 이러한 신자유주의 시장경제의 정점을 지향하고 있다고 필자는 판단한다.
제주는 지난 1960~70년대 개발독재 시대를 거치면서 대학나무 감귤과 천혜의 관광자원을 축으로 한 농업 및 관광산업 활성화로 제법 먹고 살만한 지역으로 변모했다. 그러나 난개발에 따른 환경훼손, 외지자본에 의존한 개발과 부의 도외유출 등 많은 부작용도 나타났다. 이에 따라 1980년대부터 도민사회가 많이 요구했던 것이 ‘주민주체 개발’, ‘내발적 발전전략’이었다.
그리고 30년을 훌쩍 넘긴 이 시점에 제주도정을 책임지고 있는 원희룡 지사는 제주개발의 문제를 ‘난개발과 부동산 위주 투자유치’라고 토로하고 있다(9월11일 제주사회적경제 한마당 토크쇼). 현재 제주도내에서 이뤄지는 대규모 개발의 주체는 대부분 외지자본으로, 제주의 환경을 보호하고 보전해 지속가능성을 높이자는 생각을 할 이유가 없다.
부동산위주 투자유치는 또 다른 시각에서 문제가 있다. 제주에 투자가치가 높은 부분이 생산적 분야가 아닌 투기성 또는 난개발 가능성을 농후하게 하는 부동산이란 점이다. 한동안 ‘5억원 영주권 정책’에 힘입어 출구를 찾던 중국자본이 제주로 몰려왔고, 전국에서 제주 이주 붐이 일면서 또 한 번 땅값을 천정부지로 올려놓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은 우선적으로 우리의 책임이라고 봐야 한다. 30년을 넘게 주장해 온 ‘주민주체 개발’, ‘내발전 발전전략’을 위해 우리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였는지 엄중하게 반성할 필요가 있다. 결국 우리에게 제주를 주도적으로 관리하고 개발할 수 있는 주체적 역량과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제주는 대규모 기업이 없으며, 공공적 재정지출에 대한 의존성이 높은 경제구조를 가진다. 대규모 시장과 많이 떨어져 있거나 부존자원이 없어 제조업이 활성화되기 어려운 지리적, 환경적 요인도 있다. 역으로 그렇기 때문에 제주는 오염원이 없고, 천혜의 관광자원을 가지고 있으며, 태평양에서 대륙으로 가는 길목으로서 교류의 중심지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러한 요소들을 볼 때, 제주도는 다른 지역과 달리 공공성이 높은 경제구조를 지향할 때 오히려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고 생각될 수 있다. 제조업 등 오염원이 없는 부분은 제주도가 이미 청정지역으로서 명성을 떨치고 있기 때문에 그 내용의 충실성을 어떻게 담보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할 시스템과 내부 역량을 어떻게 만드느냐는 것이 과제라고 생각된다.
사회적경제는 사회적 약자들이 스스로 자립 자치를 위한 노력을 하고, 지역사람들이 중심이 되어 협동적 방식으로 돈과 힘을 모아 개인과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 나감으로써 자본주의 문제점들을 대안적으로 해결하는 개념이며 시스템이다. 자생적으로 경쟁력을 가지기 어려운 제주 경제구조는 사회적경제가 다른 지역보다 우선돼야 하는 이유이다.
이런 관점에서 제주경제를 시장경제, 공공경제, 사회적경제가 삼각 축을 이뤄 상호 보완하는 시스템 속에서 효율성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회적경제가 단순한 시장경제의 보조 기능, 또는 사회적 약자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시각에서 벗어나 제주 경제와 사회의 건전성을 높이고, 그럼으로써 궁극적으로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이라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사회적경제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이미 완료된 사회적경제기본조례와 사회적경제위원회에 더하여, 사회적경제를 지원하고, 사회적경제 주체들이 교류하고 소통하며 협업하고, 모델사업까지 진행할 수 있는 지원기능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사회적경제 주체들이 생산해 내는 제품들을 팔 수 있는 소비시장으로서 공공시장의 역할을 높이고, 시장경제 부문의 우호적 인식전환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