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기지 갈등만 부채질한 국정감사
해군기지 갈등만 부채질한 국정감사
  • 제주매일
  • 승인 2015.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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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이래도 되나’란 물음부터 먼저 나온다. 해군본부에 대한 국정감사(國政監査)에서 여·야 국회의원들의 행태를 지켜보며 하는 말이다.

지난 22일 열린 해군본부 국감에선 제주해군기지 제2공구 시공사인 대림건설이 손실비용 231억2000만원을 해군측에 청구한 사실이 드러났다. 사업 반대민원 등으로 그만큼의 손실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손실비용 청구는 제1공구 시공사인 삼성물산에 이어 두 번째다. 이보다 앞서 삼성물산은 해군측에 360억원의 배상을 요구했고, 결국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仲裁)를 거쳐 배상액을 273억원으로 결정해 지난달 4일 지급했다. 해군은 대림건설의 경우도 삼성과 같은 절차를 따를 것으로 알려졌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속성상 손실비용 청구를 나무라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국민의 대변자라는 국회의원들은 무엇보다 백성들의 ‘고충’부터 헤아려야 했다. 그런데 나타난 결과는 오히려 정반대였다.

이날 새누리당 정미경 의원(수원 권선구)은 “불법시위로 인해 국민이 입은 피해는 단순한 금전적 손실 이상의 국가안보적 손실”이라며 “해군은 불법시위자들에게 철저하게 구상권(求償權)을 집행해 피해액 전액을 환수하라”고 주문했다. 한마디로 ‘불법’ 운운하며 강정마을 주민 등 국민들을 사실상 ‘겁박(劫迫)’한 것이다.

야권도 마찬가지였다. 새정치민주연합 윤후덕 의원(경기 파주갑)이 질의에 나섰지만 주민간 갈등 봉합을 위한 대안은 없이 ‘미군기지화 될 가능성’ 등 곁가지 변죽에만 머물렀다.

국회의원들에게 과연 ‘강정의 진실’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제주에서도 유서 깊은 강정마을은 해군기지 갈등으로 인해 지역공동체가 파괴되는 등 그야말로 풍비박산(風飛雹散)이 난 상태다.

절차적 정당성 문제도 주민과 정부 간 입장차가 크다. 그동안 해군기지로 인해 주민 대다수가 전과자로 전락하고 수억원의 벌금에 시달렸다. 마을 주민들로선 ‘생존권(生存權)’ 차원의 싸움이기도 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해결책은 커녕 되레 갈등만 부채질하고 있으니 이  나라 국회의원들이 누구를,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실로 허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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