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대상 따라 미래가치도 변화
중요한 화두는 ‘제주다움’ 유지
제주의 독특한 문화경관을 만들어내는 것은 화산섬 제주만의 독특한 지질학적 특성과 땅의 형상에서 기인되는 것이다. 도서(島嶼)라는 지리학적 조건상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타원형의 공간구조와 한라산을 정점으로 바다로 완만하게 이어지는 경사지형의 조건, 척박한 토질과 바람이 거센 기후조건이 수천년을 통해 형성한 오름과 건천, 중산간 등은 중요한 문화경관의 또 다른 요소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제주사회의 개발 상황을 들여다보면 문제가 없지 않아 보인다. 공기업뿐만 아니라 각종 민간자본에 의해 지역 활성화라는 명목아래 개발이 추진되면서 유네스코의 세계생물권 보전지역·세계지질공원·세계자연유산 등재지역으로서 실천하고자 하는 환경보전의 의지·노력과는 배치되는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정책적 모순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민선6기 출범이후 시작된 제주미래비전 용역은 근본적으로 제주개발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려는 새로운 가치와 인식에 출발됐다고 생각한다. 최근 연구중간보고에서 제주의 핵심가치를 ‘보전’과 ‘청정’으로 제시했다. 지극히 공감하는 가치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으로는 좀 더 우리들의 가슴속 깊이 파고들 수 있는 가치들이 구체화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제주의 문화적·역사적·생태적 상징성과 대표성을 고려할 때 자전거·공공도서관·한라산·곶자왈·돌·저층건축물·올레길(옛 골목길)도 제주발전의 중요한 미래자원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들 항목에 대해 부언(附言)하자면 먼저, 가장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평가받는 자전거는 많은 예산투입에도 불구하고 정착되지 못했다. 그러나 육지부에 비해 지형의 굴곡이 많은 제주지형의 특성을 고려해서 1~2㎞ 범위를 사용권역으로 조정해 자전거 중심의 생활공간으로 정비한다면 사업의 효율성과 최소한의 환경수도 기반은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항목인 공공도서관도 중요한 사항이다. 소규모 지역도서관은 초등학생에서 성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의 통합과 문화기반 조성뿐만 아니라 자원절약으로 이어지는 전략도 가능할 것이다. 셋째 항목인 한라산은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후지산이 일본의 자존심으로 받아들여지듯이 한라산은 제주의 자존심이자 대한민국의 자존심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일무이의 한라산은 정복의 대상이자 관광의 대상이기보다는 생명의 원천이자 존중의 대상이며 제주가 생명력을 갖게 하는 생태 보고(寶庫)이기 때문이다. 넷째 항목인 곶자왈도 그러하다.
다섯째 항목은 돌문화다. 제주사람들의 다양하고 지혜로운 삶의 흔적들이 바로 올레담·밭담 등의 돌문화이며 아름다운 제주의 땅위에 수놓은 인간 활동의 흔적이자 독특하며 오묘하고 깊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제주만의 독특한 풍경을 연출하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다. 여섯째 항목인 올레길도 같은 의미를 갖는다. 관광지로서의 제주이미지를 새롭게 변화시킨 올레길이 평가되고 있듯이 도시와 마을에 남겨진 옛 골목길도 향후 제주를 새롭게 변화시킬 중요한 자원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층건축물이다. 제주의 전통건축은 육지의 그것에 비해 크지 않다. 궁극적으로 저층건축물은 원풍경이 되는 한라산과 오름과의 관계 등 궁극적으로 자연환경을 존중하면서 쾌적한 생활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수단이자 제주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 수단중의 하나이다.
논란 속에 현재 진행 중인 제주미래가치의 용역이 법정계획의 여부문제를 떠나서 제주의 가치를 생각해 보는 것은 의미 있는 작업이며 미래세대를 위해 지켜가야 할 가치의 공유를 통해 미래사회를 함께 만들어 가는 인식의 토대가 되리라 기대해 본다. 아울러 이를 실현하기 위한 개발방식 역시 변화돼야 하는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된다. ‘보전’과 ‘청정’ 가치 기반위에 새롭게 성장할 제주의 미래를 꿈꾸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