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은 어수룩하여 이용해 먹기 좋은 사람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혁신도시 이전기관을 마치 상전(上典) 모시듯 하는 도의 행태와 관련 ‘제주는 봉인가’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전기관 2곳에 대해 서귀포시 2청사를 아주 싼값에 임대해 주는가 하면 이에 따른 거액의 리모델링 비용도 제주도가 부담키로 했기 때문이다. 해당 이전기관들이 어느 정도의 파급효과를 가져올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걸핏하면 예산 타령을 하던 도가 수십억원을 펑펑 쓰며 리모델링까지 해주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도(度)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제주자치도가 ‘선심(善心)’을 베푸는 곳은 한국국제교류재단과 재외동포재단. 이들이 임차할 면적은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지상 3개층과 지하층을 합쳐 모두 6937㎡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결코 작지 않은 규모다. 도는 임차기관들의 이전 시 그들의 요구대로 사무실 등을 꾸며주기로 했다고 한다. 참으로 ‘친절한 제주도’다.
해당 기관들의 제주이전 계획은 애초 건물 임차에서 청사 신축으로 바뀌는 등 오락가락했다. 이 과정에서 기획재정부는 청사 신축비 250억원의 절반을 제주도가 부담토록 요구하기도 했다. 도가 이를 수용치 않자 또다시 건물 임차로 급선회한 것. 공공기관 이전은 정부가 결정해 놓고 이전에 따른 비용 중 상당부분을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기는 셈이다.
그렇지 않아도 혁신도시 이전기관을 바라보는 도민들의 시각은 긍정보다 부정적 측면이 더 크다. 제주를 무시하는 듯 이전율(移轉率)이 전국 꼴찌를 기록했고, 지역인재 채용률 또한 최하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도 동시다발이 아닌 간헐적으로 이뤄지면서 당초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도 거두기 힘들게 됐다.
이런 가운데 서귀포청사 통합에 100억원을 쏟아부은 당국이 이번엔 이전기관 리모델링비로 수십억원을 들이겠다고 나섰으니 도민들로선 그야말로 기가 찰 노릇이다. 기획재정부 혹은 이전기관과 제주도 사이에 어떤 ‘암묵적 합의’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 제기도 그래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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