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공항에서 사람들이 ‘ㄹ’자로 길게 줄지어 출국심사를 기다리는 모습은 이제 익숙한 풍경이 됐다. 지구촌 곳곳마다 한국인이 없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한국은 글로벌 영역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그런 이유에선지 요즘 잘 나가는 업종이 있다면 여행 사업이다. 국내의 중소여행사들은 거미줄처럼 정보를 공유하면서 세계 각지에 여행자들을 내보내고 있다.
필자가 외국에 있을 때 한국이 얼마나 좋은 곳인지 피부로 느꼈던 기억 중의 하나가 화장실이다. 사실 화장실 하나만으로도 여행자들은 쉽게 문화충격을 경험한다. 어쩌면 화장실에서 받았던 느낌이 그 나라에 대한 첫인상을 결정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해외를 자주 나가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만큼 시설이 잘 되고 깨끗한 화장실 문화를 가진 나라가 많지 않다는 것. 게다가 무료로 사용 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와는 반대로 외국 화장실은 유료가 대부분이어서 여행 도중 말도 통하지 않고 외화 잔돈이라도 없으면 화장실을 앞에 두고 이용할 수 없다.
지금 우리는 외국인이 부러워할 만큼 깨끗한 화장실 문화를 이루었지만 부모세대까지만 해도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했다.
과거 제주에는 재래식 화장실에 연결된 1~2평 남짓한 돼지우리가 많았다. 그곳에서 제주토종 흑돼지를 키웠다.
현재 재래식 화장실은 빠르게 사라져 가고 있다. 국가 정책으로 화장실 개선사업에 보조금을 지원하면서 그 감소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결국 재래식 화장실은 수 십 년 안으로 우리 곁에서 그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다.
이젠 표선민속촌처럼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역사의 현장에 가야만 재래식 화장실을 실컷 볼 수 있다. 돼지들이 꿀꿀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으면 정말이지 기분이 묘해진다. 타임머신을 타고 30년 전쯤으로 되돌아간 기분이랄까?
필자에게 재래식화장실은 유년기의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장소이다. 모두가 가난해서 싸울 일이 없고 구성원 모두가 서로에게 소중했던 그 때가 정말 행복한 시절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