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대한 이해와 사랑
제주에 대한 이해와 사랑
  • 제주매일
  • 승인 2015.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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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경희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제주에 대한 이해와 사랑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 그 답을 한 마디로 한다면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게 아닐까 한다. 한 장의 고문서도 문외한에겐 쓸모 없는 낡은 종이에 불과할지 모르나 사학자에겐 소중하고 높은 가치를 가진 사료가 되는 것처럼.

우리가 학생이던 시절에 ‘제주’를 배워본 적이 없었다. 우리 자녀들도 비슷해 보인다. 성적지상주의와 입시 등에 밀려 고등학교까지 자기가 사는 지역을 공부하기 힘들다. 그리고 훌쩍 육지로 대학을 가고 대학 졸업 후 결혼해서 육지에 정착하게 됐을 때는, 말 그대로 주민등록지가 ‘제주’에서 타지로 옮겨진다는 것 이상의 아무런 의미도 없게 된다.

필자 역시 20대를 육지에서 보내고 나서 제주로 돌아왔을 때 제주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지금 외지로 나간 자녀들 역시 ‘나고 자란 곳’에 대한 이해가 안 됐기에 가족들이 서로 모여서 ‘내 고장’을 이야기할 때에는 일면 괴리감까지 느껴질 정도다. 이런 상황은 또래의 부모와 자녀들 대부분이 비슷하지 않을까 한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사람도 이렇다. 그래서 최근에 밀려오는 제주이주 열풍을 보면서, 제주에 둥지를 틀고 있는 많은 외국인이나 다문화가정, 정착민들이 지역사회에 뿌리를 하루라도 빨리 내리고 제주인의 일원으로서 자긍심을 키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아니, 제주를 더 자랑하고 싶고, 여기저기 제주의 이야기들을 많이 퍼뜨리고 싶다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학교와 지역사회 단위로 ‘내 고장 알기’가 더욱 확산됐으면 한다. 지역의 문화와 생태·환경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들이 학교를 건립해 교육을 최우선시 하던 제주의 역사 속에 면면히 흐르는 제주 사람의 이야기야말로 무한한 스토리텔링의 자원이 될 것이다.

세계 위인전 속의 머나먼 나라의 위인 이야기보다는 오히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터전, 우리 마을의 위대하고 존경스런 어른들의 이야기,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한 재일제주인의 이야기, 마을의 학교 곳곳에 세워진 공적비의 의미 등등 우리가 자랑해야 할 이야기가 무한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런 위대한 이야기들을 묻히고 있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도정질문에서 거론한 바가 있는, 한라산의 가치를 알리고 만장굴을 발견한 부종휴 선생과 꼬마탐험대의 이야기를 비롯, 독립운동가이자 항일변호사였던 이창휘 지사의 이야기 등 제주의 가치를 높이고 애정을 쏟았던 제주 위인들의 업적을 드높이는 데에는 소홀히 하고 있다.

민선6기 원희룡 도정의 슬로건도 ‘자연, 문화, 사람의 가치’를 내세우고 있는데, 제주 위인들의 업적을 높이는 작업들이야말로 이런 슬로건의 정신을 그대로 구현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난 7월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제주이해교육 활성화 조례’를 발의, 입법에 성공한 바가 있다.

우선 ‘제주’에 대한 공부는 어린 시절부터 차근차근 이루어졌을 때, 지역사회를 위해 노력하는 태도가 함양되는 등 지역발전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들이 외지로 나갔을 때에도 제주에 대한 정체성이나 제주사랑을 근간으로 제주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제주 알기 열풍’이 불었으면 좋겠다. 우선 교사가 부임한 지역마다 그 지역의 이야기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학교마다, 마을마다 제주의 역사와 사람의 이야기를 자료화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유초중고 단계별로 이해의 폭을 넓혀나가는 작업을 하자는 것이다.

이제 그림을 그려보자. 학생들이 마을지도를 그리고, 마을길을 다니면서 어르신들과 한 자리에서 제주어로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것, 그리고 스스로 이야기들을 엮어나가는 과정, 이러한 소통과정이야말로 제주를 스토리텔링할 수 있으며 이는 곧 제주의 미래 이야기로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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