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명 사망하고 8명 실종된
낚시어선 돌고래호 전복사고
세월號와 판박이처럼 닮은 꼴
“안전 불감증이 빚은 人災”
과거 반성 없인 미래도 없어
정부·국민 모두가 각성해야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慘事)’와 관련 특별담화를 발표한 것은 지난해 5월19일이었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이전과 이후가 확연히 달라져야 한다며 ‘국가 개조론(改造論)’을 부르짖었다. 국민들도 ‘집단 성찰’에 나섰다. 이에 따라 사회 구성원 전체의 근본적인 반성을 바탕으로 국가 혁신을 위한 일대 개혁운동이 기대됐었다.
그러나 이후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해경(海警)을 ‘희생양’으로 삼아 국민안전처를 신설했음에도 하루가 멀다 하고 대형사고가 펑펑 터졌다. 그렇다고 누구 하나 책임지려는 사람조차 없다. 국가 개조는커녕 ‘안전 불감증(不感症)’이 더욱 깊어지는 양상이다.
지난 5일 추자도 해상 인근에서 발생한 낚시어선인 ‘돌고래호’ 전복사고 역시 세월호 참사 판박이였다. 해경에 따르면 혼선을 빚었던 승선 인원이 21명으로 잠정 집계된 가운데 7일 오후 현재 10명이 숨지고 3명이 구조됐다. 나머지 8명은 실종 상태다.
사고 선박인 돌고래호는 5일 오전 2시께 전라남도 해남 남성항에서 출항해 2시간 뒤 추자도 신양항에 도착했다. 이어 낚시를 마치고 오후 7시께 남성항으로 돌아가려고 출항했다가 참변(慘變)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추자 해상의 기상 상태는 좋지 않았다. 그것은 같은 시각 추자항(상추자)에서 남성항으로 출항한 다른 낚시어선 돌고래 1호가 기상 악화로 뱃머리를 다시 돌린데서도 잘 알 수 있다. 이후 돌고래호와 무전으로 연락을 시도했지만 무위로 끝났다. 통신 두절(杜絶)은 곧 ‘사고’를 의미한다. 그리고 이는 사실로 확인됐다.
생존자 김모 씨는 “돌고래호가 양식장 줄에 걸려 엔진이 정지되면서 급격히 전복(顚覆)됐다”고 증언하고 있다. 날씨가 좋았다면 양식장 줄에 걸릴 일은 없었을 터다. 최소한 지켜야 할 기상 상황마저 외면한 무리한 운항이 화(禍)를 자초한 꼴이다.
이번 돌고래호 전복 사고 또한 관리감독 소홀 및 안전 불감증이 빚은 인재(人災)라는 것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우선 가장 기본적인 승선 인원부터 불분명했다.
돌고래호 출항신고서에는 승선객이 22명으로 기재됐다. 하지만 명부에 없는 탑승객이 발견되는가 하면 명부엔 기록됐으나 배에 타지 않은 사람도 다수 있었다. 사고 직후 승선 인원을 둘러싼 논란도 그래서 불거졌다. 세월호 참사 당시 탑승객 숫자조차 몰라 우왕좌왕하던 상황이 그대로 재연된 것이다. 해경이 인력 부족으로 출·입항 신고업무를 민간인에게 맡긴 결과다.
인명 구조의 마지노선인 ‘골든타임’도 놓쳤다. 돌고래 1호가 돌고래호와의 통신 두절을 추자안전센터에 신고한 것은 이날 오후 8시 40분께. 그러나 안전센터는 20여분이 지난 9시 3분경에야 이 같은 사실을 제주해경 상황센터에 알렸다. 그러다보니 구조 활동도 연락이 두절된 지 한 시간 이상 지나서야 시작됐다. 그마저 수색도 엉뚱한 해역을 뒤졌다. 조류(潮流) 등의 흐름을 간과한 채 수색에만 급급했기 때문이다.
돌고래호 승객 대부분이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것도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한 생존자는 “비가 와서 구명조끼가 축축해 승객들이 착용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정부는 낚시어선 승객도 구명조끼 착용을 의무화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관련 내용을 담은 낚시관리 및 육성법 개정안은 아직도 국회에 계류 중이라 한다.
‘역사(지난 일)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민족은 망한다’는 금언(金言)이 있다. 오늘 우리 대한민국의 현실이 바로 그렇다.
자고로 한민족의 기질은 ‘은근과 끈기’로 대변되어 왔다. 그러나 어느 사이 ‘빨리빨리 문화’가 지금 우리 사회 전반에 자리잡고 있다. ‘빨리빨리’는 근대화와 산업화를 이룬 원천이긴 했지만 그 후유증 또한 매우 심각하다.
이제 제 자리로 돌아가야 할 때다. 어떤 사건이 발생할 적마다 모든 책임을 정부에 돌려서는 안 된다. 국민 개개인 모두가 각성(覺醒)해야 한다. 과거에 대한 철저한 자기 반성 없이 올바른 미래로 나아갈 수는 없다. 돌고래호 사고를 보면서 ‘세월호 비극’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비단 필자 혼자만은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