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는 지난 2002년 제주도를 사람·상품·자본의 국가간 이동이 자유로운 국제자유도시를 개발하기 위해 제주국제자유도시 특별법을 제정했다. 국가발전에 기여함과 동시에 제주의 향토문화와 자연 및 자원을 보전, 쾌적한 생활환경을 조성하고 지역산업을 육성해 도민의 복지향상에 이바지하도록 제주도를 발전시키겠다고 정부는 선언했다.
그러나 2002년부터 2011년까지 10년간 추진된 제1차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 결과는 실망감만 안겨줬다. 특별법 제정 목적에서 천명한 제주도민이 주체가 된 향토 문화와 자연 및 자원을 보존하는 계획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추진됨으로써 사업추진에 대한 도민 반감과 우려가 야기됐다.
제주도의 자산은 한라산을 둘러싼 다양하고 아름다운 360여개의 오름과 식생, 그리고 사면을 둘러싸고 있는 바다 등 청정자원이다. 그래서 유네스코는 제주도를 생물권보전지역에 이어 세계자연유산과 지질공원으로 지정하며 ‘유네스코 트리플 크라운’을 선사했다. 국내외 지역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선 이 청정자원을 활용, 제주다움이 배어나오는 방향의 발전과 개발이어야 한다.
국내외 관광도시에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호텔·리조트·카지노 등 관광시설물 위주의 개발이 아니다. 제주만의 차별성과 독특함, 그것의 발굴과 개발이 요구된다. 그 독특함은 청정자원과 어우러진 제주만이 간직하고 제주인의 오랜 삶의 역사 속에서 묻어있는 향토문화일 것이다. 제주도는 수 만개의 설화와 내륙과 분리된 섬으로서의 특성으로 인한 독특한 문화가 형성된 ‘문화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서울의 인사동과 북촌 등은 연일 수많은 국내외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대단위 위락시설물이 있는 곳이 아닌 평범한 우리나라 전통가옥의 살림집과 1960~70대의 서울의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생활주거 공간일 뿐이다.
그러나 방문객들은 그곳에서 한국의 문화와 삶과 정신을 보고 배우고 싶어 찾는다. 제주도 역시 제주인의 삶과 생활이 느껴지는 ‘그대로의’ 문화와 예술이 숨쉬는 문화중심 개발로 정책의 변화가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선택과 집중도 필요하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계획은 제주도를 다양한 기능을 가진 ‘팔방미인’의 도시로 개발하려고 한다. 한정된 재원으로 특색 없이 개발 시늉만 하는 어설픈 ‘팔삭둥이’를 만들지나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제주도의 핵심 경쟁우위 자원을 활용해 추진될 수 있는 과제가 최우선적으로 선정, 추진해야 한다. 이를 성공적으로 달성함으로써 도민들에게 정책의 신뢰를 보여주면서 향후 정책 추진에 지지와 협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정책 추진에는 계획과 결과에 대한 일치성과 실행 과정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점검과정이 필요하다. 다시 이를 보완 반영한 수정된 계획이 수립되고, 실행되는 순환과정이 필요하다. 2012년 시작된 2차 국제자유도시 개발계획도 추진과정에 대한 정기적인 중간 점검을 통해 예래동 휴양주거단지 사례 등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만 한다.
현재 제주도는 제주발전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통해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대안들은 제주도민과 추진 주체들간의 소통과 비전 공유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고 본다. 제주도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제주미래비전 수립 과제 역시 화려한 수사의 ‘꿈 사진’이 아니라 도민들이 이해하기 쉽고 미래에 대한 가슴 뛰는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손에 잡히는 실용적인 청사진이 돼야 할 것이다 .
이같은 제주발전을 위한 여러 방안들이 서로 정렬돼 추진돼야 한다. 그렇지 못하고 제각각 추진될 경우 나침반을 잃은 선박의 항해처럼 도민들에게 제주발전의 미래에 대한 혼란과 정책추진에 혼선을 초래하게 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제주는 제주인이 주체가 되고 제주다움이 느껴지는 제주로 발전해야 세계인의 찾는 동양의 아름다운 섬이 될 것임을 거듭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