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해안에 있는 종상화산(鐘狀火山)인 산방산은 산에 방과 같은 굴이 있어서 산방(山房)이라고 불렀다. 그 산속의 방이란 산방굴사(山房窟寺)가 자리하고 있다. 산방산은 천연기념물(제376호)과 명승(제77호)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으며, 2010년에는 용머리 해안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의 지질명소로도 지정됐다.
산방산은 조면암으로 구성된 용암돔(lava dome)이다. 용암돔은 점성이 높은 용암이 화구에서 멀리 흐르지 못하고 돔 형태로 부풀어 올라 굳어져서 만들어 진다. 산방산은 용암돔의 전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형태다. 또한 산방산을 구성하고 있는 조면암질 용암은 제주화산도에서 흔히 관찰되는 까만색의 현무암과는 대조적인 성질을 갖고 있는 용암으로서 점성이 높고 암석의 색깔은 밝은 색을 띠는 특징이 있다.
산방산의 생성연대는 암석에 대한 연대측정 결과 약 80만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근 월라봉은 86만년, 가파도는 82만년 전에 생성된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산방산 주변 조면암의 화산체들은 제주도 지표에서 관찰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암석으로 구성돼 돼 있다. 따라서 제주 화산의 초기 지질을 연구하는데 있어서 산방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산방산은 해안선 부근에서 높이 395m로 솟아 있으며, 제주도 서남부의 해안지대 어느 곳에서나 보이는 조망점이 되고 있다. 산방산은 용암이 지표에 흘러나와 형성된 돔 모양의 암석 덩어리로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희귀한 화산지형이다. 산방산 용암돔에는 지름이 2m나 되는 거대 주상절리가 100여m 정도의 높이로 형성되어 있고, 주상절리의 표면에는 풍화혈구조(tafoni)의 발달이 두드러진다. 산방산 산허리에 형성된 산방굴은 바닷물의 운동에 의한 침식작용의 결과인 해식동굴(海蝕·marine erosion)이 아니라 물리적·화학적 풍화작용을 받아 형성된 풍화혈(風化穴·weathering pit) 구조다.

제주도는 지질학적 시간으로 볼 때 신생대 제4기라고 하는 매우 최근에 만들어진 화산섬으로 주로 현무암으로 구성돼 있다. 일부 조면암과 조면안산암이 섬 곳곳에 분포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 양은 매우 적으며 분포 면적도 매우 협소한 편이다. 대략 5% 이내에 해당한다.
조면암은 산방산과 같이 아주 오래된 화산체와 영실 오백나한, 한라산 백록담과 같은 곳에서 관찰된다. 산방산과 같이 제주도 형성 초기인 약 80만년 전에 형성된 조면암은 산방산을 비롯하여 가파도·월라봉·범섬·문섬·섭섬 등지에 독립된 화산체로 존재한다. 이곳의 조면암은 주로 회백색 내지는 분홍빛을 띠며 주상절리의 발달이 현저하고 해안선이나 바닷속에 위치하고 있어 풍화혈 구조의 발달이 특징적이다. 제주도는 제4기 초인 약 100만년 전에 해양퇴적층인 서귀포층이 발달하며, 그 상부에 산방산과 같은 고기의 조면암으로 구성된 화산체들이 제주 남부 해안을 따라 분포되기 시작했다.
산방산 조면암 역시 용암돔과 함께 주상절리와 풍화혈 구조가 발달했다. 산방산 남측 사면은 거의 수직의 단애를 형성하고 있으며 거대한 규모의 주상절리를 이룬다. 수직의 단애를 형성한 원인은 주상절리의 발달과 관련돼 있다. 해안선 부근에서 파도와 바람의 영향을 받아 암석은 침식을 받아 아래로 무너지는데 주상절리에 수직으로 발달된 절리면은 침식면이 돼 큰 기둥으로 무너지게 된다. 이러한 침식과정을 받아 만들어진 것이 산방산의 남측사면이다. 아마 주상절리면이 만들어지던 당시에 산방산 남측 사면은 바다와 접하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풍화혈 구조는 암석의 물리화학적 반응의 결과물로서 주로 해수와 접하고 있는 해안선 부근에서 잘 만들어진다. 암석의 약한 부분을 바람과 파도의 물리적 에너지와 해풍에 포함된 염분의 화학 작용을 동시에 받아 마치 벌레가 파먹은 것과 같은 형태의 구멍이 만들어 진다.
산방산 남측사면의 해발 약 150m 지점의 절벽에 만들어진 풍화동굴에 산방굴사가 들어섰다. 과거 이 굴은 해식동굴로 잘못 알려진 바 있다. 만약 해식동굴이라면 산방산 자체의 융기활동이 인정돼야 하며 그 증거는 거의 150m 에 달하는 융기가 수반돼야만 한다. 왜냐하면 해식동굴은 해수면에서 형성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방산에서는 과거 이러한 규모의 융기를 증명할 수 있는 증거자료를 찾아볼 수 없다. 산방굴(山房窟)은 주상절리의 수직 단애면에서 발생한 풍화혈 구조가 대규모로 발생한 사례다. 풍화혈은 보통 차별침식을 받는데 한번 풍화를 받은 지점을 집중적으로 공격하여 큰 풍화혈을 만드는 경향이 있다.
또한 산방굴을 자세히 보면 이중으로 굴이 뚫려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산방굴에 1차적으로 만들어진 풍화혈은 암석 절리면을 따라 떨어지는 지하수에 의해 조면암이 풍화가 가속화되며 점차 굴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굴 내부로 2차적으로 뚫려 있는 구조는 과거 이곳을 수행처로 이용할 당시 수행자들이 인공적으로 굴을 더 깊숙이 파놓은 것이라고 한다. <제주지질연구소장>

해수면 변동으로 산방산 ‘섬’일 때 주상절리 형성
남부화산구조선 따라 가파도·월라봉·범섬 등도 분출
신생대 제4기 초인 약 100만년 전 바다 환경에서 조개화석을 포함하는 서귀포층이 쌓인 후에 제주도의 화산활동은 육상활동으로 전환된다. 육지로 드러날 정도 규모의 화산체가 만들어진 것이다.
약 80만년 전 제주도 남부의 화산구조선을 따라 조면암질 화산활동이 있었다. 산방산을 비롯하여 가파도·월라봉·범섬·문섬·섭섬이 만들어 졌다. 이들은 독립된 화산체들로서 개개의 단성화산체로 존재한다.
역시 당시에 번성했던 해수면 변동으로 화산체는 바다 속에 잠겨 섬이 됐다가 육상에 노출되었다가를 반복했다. 산방산은 해수면 상승기에는 바다 가운데 섬으로 존재하며 남측 사면과 같은 수직단애로 이루어진 주상절리대가 형성된다.
그 후에 해안선 부근에서 용머리 응회환이 수성화산으로 폭발하며 산방산 주위에까지 응회환의 범위를 확장한다. 용머리 응회환은 당시 변동하는 해수면에 따라 많은 침식을 받아 대부분의 화산체가 해파에 침식을 당한다. 현재 용머리는 당시에 이루어진 활발한 해양 침식작용의 결과 응회환의 극히 일부만이 남아있는 형태다.
이후 사계리 해안에 분포하는 광해악 현무암은 수십만년 전에 분출한 현무암질 용암류로 구성돼 있다. 해안지대에 평평한 ‘빌레’로 된 현무암이다. 그 후 약 3800년 전에 인근 송악산이 수성화산으로 대규모로 폭발했다. 신석기시대 후기에 해당된다. 송악산의 화산재층이 하모리층이다. 당시 선사인들이 바닷가에서 사슴을 사냥했던 흔적이 사계리 해안에 화석으로 남아있다.
사람발자국 화석은 당시 신석기인들이 수렵을 했던 흔적이다. 산방산은 오래된 화산체지만 주변에 사람발자국 화석을 비롯해 다양한 화산활동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주변은 수십만년의 지질과 함께 인간이 활동했던 선사시대는 물론 역사시대까지 이어지는 제주화산의 실체를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