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 레. 미. 파. 솔. 라. 시. 삐-익.’
지난 2일 설문대여성문화센터 플루트 연습실. 김은영(33·여)씨는 플루트 연주를 하다 갑자기 새어나온 음 이탈 소리에 당황스러워 했다.
이 자리에는 그녀 뿐 아니라 20여명의 사람들이 플루트를 들고 있었다. 플루트 합주 도중 그녀가 음 이탈 소리를 낸 것이다.
연습은 잠시 멈췄다. 하지만 동료들은 그녀에게 눈총을 주긴 커녕 독려했다.

은영 씨가 호흡을 한번 가다듬자 다시 합주가 시작됐다. ‘도. 레. 미. 파. 솔. 라. 시. 도’ 이번에는 아름다운 하모니가 작은 연습실에 울려 퍼졌다.
이들은 제주설문대여성문화센터 플루트동아리(회장 한미숙) 회원들이다.
회원들은 매주 수요일에 만나 합주를 연습한다. 연습에는 국제관악제 제주조직위원회 집행위원을 겸하고 있는 김경택 지휘자가 도움을 주고 있다.
이날 회원들이 연습한 합주곡은 구소련의 유명 작곡가 아람 하차투리안의 ‘칼의 춤’(Sabre Dance). 회원들은 이 곡을 플루트 협주곡으로 재탄생시키면서 강렬한 리듬에 화려한 음색을 더했다.
높은 고음으로 화려한 음색을 내는 플루트. 연주법이 다른 목관악기들보다 비교적 간단해 배우기 쉽다는 것이 회원들의 설명이다. 단지, 지속적으로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음악적 지식도 함께 숙달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김은영 씨는 “플루트의 음색에 매력을 느껴 시작했다. 처음에는 악보를 보는 법도 몰라 매번 실수만 했다”며 “연습하고, 또 연습하다 보니 점점 나아졌다. 지금도 실수할 때가 있지만, 그 실수를 발판 삼아 실력을 한층 더 키우는 나를 보면 스스로가 자랑스럽다”고 뿌듯해 했다.
그녀의 악보에는 그 노력을 대변하듯 여기저기 열심히 필기한 흔적이 보였다.

회원들은 first. second, third 등 파트별로 연습하다, 이후 다 같이 합주를 진행했다. 틀리는 곳이 있다면 완벽하게 소화할 때 까지 같은 구간을 여러 번 반복했다.
일부 독주(solo) 구간은 회원들 중 플루트를 배운지 가장 오래된 선미숙(52·여) 씨가 담당했다.
선씨는 “10여년 전 서울에서 제주로 정착해 적응 하느라 많이 힘들었다. 그러던 중 인근 마트에서 플루트 교육을 홍보 하는 것에 흥미를 느껴 바로 배우게 됐다”며 “이후 플루트는 내 삶의 활력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스트레스를 받을 때 악기를 불면 신기하게도 해소된다. 아이들에게도 플루트를 가르치다보면, 자녀 교육에도 도움이 되는 것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회원들은 합주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소화해 내며 합주 연습을 끝났다. 합주에 참여한 회원들은 서로 이날 연습의 소감을 밝히며 헤어졌다.
잠시 뒤, 텅 빈 연습실에 합주 연습에서는 보지 못했던 회원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이들은 동아리 입문반으로, 플루트 연주의 기초를 배운다. 손가락 운지법과 입술모양, 호흡 등 기초적인 것부터 악보에 대한 이해까지 배우고 숙련하다 보면 합주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플루트 입문 3개월차 강미연(40·여)씨는 “아직은 호흡이 부족해 조금만 불어도 머리가 어지럽다. 2옥타브음을 내는데 까지는 자신 있지만 3옥타브는 아직 힘들다”며 “단점을 극복하고 실력을 쌓아 합주반으로 올라가기 위해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악기 배우는 자체가 생활의 활력소”
인터뷰 한미숙 제주설문대여성문화센터 플루트동아리회장
▶플루트를 배우게 된 동기는
=누구나 ‘한번 쯤 악기를 다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나 역시 40대 나이에 이런 생각이 들어 플루트를 접하게 됐다. 그제야 악기를 배운다는 것은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생활의 활력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엇보다 한 곡을 연주하게 됐을 때, 나도 이제는 한 악기를 다룰 수 있구나 라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우리 나라는 대체적으로 악기는 수입을 해 오는 편이다. 그래서 환율에 영향을 받지만 콘서트용 악기의 경우 대략 50만원 선으로 보면 된다.
물론 처음에 시작할때는 20만원 이하의 저렴한 연습용 악기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점점 실력이 늘다 보면, 연습용 악기로는 한계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동아리 기준 수강료는 설문대여성문화센터의 경우 월 1만원(합주반)에서 1만5000원(입문반) 사이다.
▶개인 레슨과 비교해 동아리 활동의 장점은.
어느 악기나 그렇겠지만 독학으로 배우려고 하면 험난할 것이다. 개인 레슨을 하면 좋겠지만 비용이 많이 든다. 동아리에 가입할 경우 저렴한 가격에 비슷한 실력의 회원들과 함께 교육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독주가 아닌 합주 위주의 교육이다 보니, 회원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잘 형성돼 있다. 또 입문반부터 합주반 까지의 교육 편성이 잘 돼있기 때문에 처음 플루트를 접하는 이들에게는 동아리 활동을 권해주고 싶다.
▶연주회도 개최하는가.
동호회가 만들어진지 5년 정도 됐지만 아직까지 정식 연주회는 개최하지 않았다. 보다 완벽한 곡을 도민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기량을 닦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다만, 봉사활동 차원에서 분기별로 장애인복지시설, 노인요양시설 등에 찾아가 ‘작은 음악회’를 연다.
훗날 도민들 앞에서 자랑스럽게 실력을 뽐낼 우리를 기대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