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시장과 정보비대칭
재건축시장과 정보비대칭
  • 한경훈 기자
  • 승인 2015.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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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집단과 주민 정보 격차
원가계산 복잡 비용 부풀리기 요인
일부 업체 정보왜곡으로 빈축

대기업 지역업체보다 높은 단가
도내 주택가격 상승 부추길 우려
공사비 사회적 감시 강화 필요


전통시장의 묘미 중 하나는 흥정이다. 상인이 부르는 값에 물건을 사면 바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흥정과 에누리는 기본이다. 시장에서는 가격을 놓고 상인과 소비자 간 ‘밀당’이 늘상 펼쳐진다. 협상 때 유리한 쪽은 상인이다. 상품의 질과 적정 가격 정보 등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가 부족한 소비자들은 바가지를 쓸 우려가 있다.

경제학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일컬어 ‘비대칭 정보의 시장’이라고 한다. 시장에 참여하는 경제주체가 보유한 정보에 차이가 있을 때, 그 불균등한 구조를 말하는 것이다.

정보의 비대칭성은 비합리적인 가격을 형성하고, 수요자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다.

중고차 시장이 정보비대칭의 예로 자주 인용된다. 판매자가 구매자보다 품질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을 경우 구매자가 품질이 낮은 제품을 선택하는 일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좋은 차와 형편없는 차를 구분할 수 있는 정보가 없는 구매자는 통상 평균적인 가격을 지불하고 차를 사게 된다. 그러나 판매자는 이윤을 높이려고 성능이 형편없는 차를 팔게 돼 시장의 자원분배 기능이 실패한다고 경제학자들은 설명한다.

아파트 등 건축 시장에서도 원가계산의 복잡성 등으로 인해 정보비대칭 현상이 나타난다.

최근 재건축 공사 수주전이 벌어지고 있는 제주시 노형동 국민연립주택 주민(조합원)들은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자료를 살펴보면 전문적인 용어 등이 많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고 토로하고 있다. 정보비대칭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보비대칭은 가격 부풀리기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번 수주전에 뛰어든 업체가 제시한 도급공사비(3.3㎡당)는 제주 토종기업인 미듬종합건설의 경우 373만원, 한진중공업과 SK건설은 각각 476만원, 503만원이다. 최저와 최고 단가의 차가 무려 34.8%에 이르고 있다.

대기업들이 제시한 공사비가 지역의 중소기업보다 월등히 높은 것은 아이러니하다. 대기업은 규모의 경제로 공사비를 줄일 수 있는 여지가 많다. 그런데도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것은 브랜드를 내세워 폭리를 취하려는 심사로 비쳐지기도 한다. 미듬건설과의 단가 차이는 거품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일부 업체는 정보 격차를 이용한 정보 왜곡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재건축 사업 시공사 선정을 위한 홍보물에 자사보다 공사비 등 조건이 안 좋은 SK건설과의 비교치만 넣었다. ‘미듬종합건설’ 란에는 ‘비교불가’라는 문구와 함께 비교항목에 없는 시공능력평가 순위와 연매출을 표시했다. 정보비대칭을 조장해 조합원들의 선택에 혼란을 주려는 시도다.

업체가 사업권을 따려는 노력은 당연하지만 대기업에 어울리지 않게 치졸한 ‘꼼수’를 쓴 것이다. 상대 업체와 공정한 경쟁을 할 생각은 않고, 노골적으로 깔아뭉개기만 하는 업체가 제대로 된 집을 지을지 의문이다.

각종 주택 규제 완화로 도내 공동주택 재건축 사업이 활성화될 전망이다. 현재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인 공동주택은 노형국민연립을 비롯해 도남주공 연립, 이도주공 1단지 및 2·3단지 4곳이다. 앞으로 재건축 물량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재건축 시장이 육지 대기업의 독무대가 되게 해선 안 된다. 도내 업체 참여 확대방안이 필요하다. 특히 정보비대칭으로 인한 도민 피해 예방 대책이 절실하다. 재건축은 전문가 집단과 일반인 간의 협상이다. 개발이익이 해당 주택 주민들에게 많이 돌아갈 수 있도록 관련 정보 제공 등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러자면 공사비 대한 사회적 감시가 강화돼야 한다. 품질에 맞지 않게 비용이 부풀려질 경우 조합원은 물론 일반 소비자들도 손해를 본다. 높은 재건축 공사비는 도내 주택 가격 상승을 부채질 해 도민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

노형국민연립 주민들은 이번에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집값 안정 등 보다 멀리보고 시공 업체를 선정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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